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설'이 다시 불거졌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지난 8일 시장에서 확산된 하나로텔레콤 인수설과 관련해 SK텔레콤에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인수 검토 여부 등 투자 판단에 참고가 될 만한 사항이 있는지를 밝히라는 것이다.

SK텔레콤은 11일 낮 12시까지 공시할 예정이다.

주말을 앞두고 퍼진 인수설은 예전의 풍문과 다른 뉘앙스를 풍겼다.

전에는 하나로텔레콤 매각설에 대해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세력의 작전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SK텔레콤 내부와 통신업계 반응이 조금 달랐다.

SK텔레콤의 필요성과 작금의 통신시장 상황을 감안해 보면 움직일 때가 됐다는 것이다.

우선 SK텔레콤 내부 반응이 달라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0일 조회공시와 관련해 즉각 부인하지 않고 "언젠가는 인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토는 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일 수도 있지만 예전과 어감이 달랐다.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면 뭐가 달라지기에 인수설이 불거지는 것일까.

통신시장 변화를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통신시장에서는 유선과 무선이 결합하고 통신과 방송이 융합하면서 다양한 상품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TV(IPTV)가 대표적이다.

IPTV는 인터넷에 연결된 텔레비전으로 인터넷과 실시간 방송을 이용하는 서비스다.

전화,초고속인터넷,이동통신을 묶은 결합상품도 나올 수 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이지만 IPTV나 유·무선 결합상품 경쟁력에선 KT LG텔레콤 하나로텔레콤보다 나을 게 없다.

LG텔레콤은 계열사인 LG파워콤과 데이콤의 유선망을 활용해 IPTV나 결합상품을 내놓을 준비가 돼 있다.

KT는 IPTV 서비스 준비를 이미 끝내고 시장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다.

자회사인 KTF와 연계하면 언제든지 저렴한 유·무선 결합상품도 내놓을 수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무선망은 없지만 TV포털인 '하나TV'로 IPTV 진출을 노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망만 가지고 있어 한계가 있다.

약간의 유선망이 있지만 결합상품 융합상품을 내기에는 미흡하다.

물론 지금은 잘나간다.

매출 10조원에 순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유·무선 통합과 통방융합 준비는 뒤떨어져 있다.

전문가들은 경쟁사인 KTF와 LG텔레콤이 유·무선 결합상품,통방융합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다면 SK텔레콤의 이동통신 1위 자리도 흔들릴 수 있다고 얘기한다.

가령 KT와 KTF가 이동통신과 IPTV,초고속인터넷,시내전화 등을 묶는 결합상품을 내놓으면 SK텔레콤으로선 대적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

만약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다면 이동통신의 강점을 내세워 KT 진영에 맞설 수 있게 된다.

하나로텔레콤이 얼마나 '앙탈'을 부릴지,SK텔레콤이 얼마나 많은 '지참금'을 제시할지 모르지만 어울리는 한 쌍이 될 수 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