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중앙연구소 성진욱 박사는 신소재를 연구하던 중 투명하면서 자성을 띤 박막 소재를 필요로 하게 됐다. 이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한 성 박사가 급히 도움을 청한 곳은 전세계 한국인 과학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코센'(www.kosen21.org). 성 박사가 요청하는 글을 올리기 무섭게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이성재 박사,미국 메드트로닉스사 박은성 박사,일본 도쿄공업대 김태엽 박사 등 전문가들로부터 답글이 쏟아졌다. 큰 도움을 받은 성 박사는 무엇보다 놀랄만한 정보 속도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한민족 과학기술자 네트워크 코센(KOSEN)이 과학기술 분야에 새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전세계 수만명의 한국 과학자들이 가진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연구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혁신적인 시도다. 한 국가의 과학기술자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정보를 결집할 수 있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모델이다. 27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현재 국내 2만3000명,해외 4000명을 합해 모두 2만7000명의 한국인 과학자들이 코센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원의 67%가 석사 이상의 학위 소지자로 연구원 학생 회사원 교수 등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인 최초의 하버드대 종신교수로 노벨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 박홍근 교수를 비롯해 과학 저술가로 유명한 미국 프린스턴대의 전창훈 박사,국내 화학계의 스타 과학자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상엽 교수,재미과학기술자협회장을 지낸 미국 UCLA의 한홍택 교수,이조원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장이 회원이다. LG전자,포스코,하버드대,엠디엔더슨암연구소,미국립보건원(NIH) 등 국내외 유명 기업이나 기관에 있는 100여명의 연구원들이 코센지정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코센이 가진 최대의 힘은 한국의 독특한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에서 나오는 '속도'. 연구 중 어려움에 부딪힌 과학자나 학생들이 코센의 '왓 이즈'(What is) 코너에 도움을 청하면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거의 실시간으로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웬만한 논문은 요청만 하면 당일 바로 받아볼 수 있다. 이 같은 신속성은 다른 나라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회원들의 평이다. 아이오와주립대 이 박사는 "공동 연구자가 어떤 논문을 구하지 못해 곤경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코센을 통해 바로 그날 구해줬더니 무척이나 놀라워 했다"고 소개했다. 코센 전문가들이 만들어 내는 연간 550편의 분석보고서도 산업계와 학계로부터 큰 인기다. 삼성과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코센의 자료를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KISTI 동향정보분석실 한선화 실장은 "지금은 국경을 넘어 필요한 기술 정보를 얼마나 빨리 찾아낼 수 있느냐가 연구개발의 주요 경쟁력이 돼 가고 있는 시대"라며 "코센은 한국만이 가진 특유 모델로 앞으로 전세계 과학기술 분야의 새 흐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