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연필 그림만을 그리다 지난해 작고한 원석연 화백의 추모 1주기전이 13일 서울 관훈동 갤러리아트사이드에서 열린다. 고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 등 처음 공개되는 30여점을 포함해 마늘 굴비 개미 시리즈 등 60여점이 선보인다. 황해도 신천 태생으로 일본 가와데코 아카데미에서 수학한 원 화백은 해방 이후 월남하면서 유화 붓을 한번도 잡지 않고 오직 연필화만 고집했다. 대표작인 '개미' 시리즈는 한 마리의 개미를 연필화로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에서부터 수천 마리 개미를 라이프 사이즈로 묘사한 5m에 달하는 대형 작품까지 다양하다. 그는 개미를 관찰하기 위해 집 어항에 개미를 직접 기르기도 했다고 한다. 새끼줄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굴비나 마늘을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도 대표작이다. 박 전 대통령 생가는 원 화백이 1969년 방문해 그린 초가집이다. 1959년작인 '문수보살'은 석굴암에 몇달 동안 기거하면서 연필을 세워 점 하나하나를 찍어 완성한 작품이다. 원 화백은 3년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흐리거나 진하게 칠하면서 연필로 일곱가지 색깔을 낼 수 있다"고 연필화의 장점을 소개했다. 그는 화단에서 '고집이 센 야인'으로 유명했다. 이동재 갤러리아트사이드 대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구입 의사를 표명했지만 작품 가격을 한푼도 깎아주지 않아 구입을 포기한 적이 있다"고 비화를 털어놨다. 미망인인 윤성희 여사(75)는 "60여년간 연필 그림만 그린 고인의 뜻을 받들어 소장품을 미술관에 기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5일까지.(02)725-102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