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의 존 챔버스 사장겸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넷시대가 낳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로 꼽힌다.

그의 이름에는 항상 "인터넷 종교의 전도사" "인터넷시대의 황제"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그러나 기술주 거품이 꺼지고 장기호황을 구가하던 미 경제가 추락하면서 챔버스 사장의 명성에도 차츰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시스코의 초고속 성장 신화가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

시스코는 2.4분기(2000년11월~2001년1월) 매출액은 67억5천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55% 늘어나고 순익은 13억3천만달러로 주당 18센트(전년동기대비 48% 증가)를 기록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같은 실적은 지난 1990년 2월 나스닥 상장이후 매년 40%를 웃도는 초고속성장을 지속해온 시스코의 명성에 손색없는 성적이다.

그러나 월가는 경악했다.

당초 전망치를 밑도는 실망스런 결과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스코 신화는 미 경제의 10년 호황에 편승한 것이라는 성급한 평가마저 나왔다.

더군다나 챔버스 특유의 경영방식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지난 1995년 사장취임이후 최대 시련을 맞고 있는 것이다.

미 경영잡지인 포천은 최근호에서 시스코가 세가지 큰 장애물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첫째 미 경제의 급랭이다.

경제가 나빠지면 통신업체들의 장비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주가급락으로 핵심성장 전략중 하나인 기업인수(M&A)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둘째 덩치가 커지는 바람에 기술혁신이 더뎌지고 있다.

주력사업인 라우터시장의 점유율이 작년초 80%에서 최근 69%로 떨어졌다.

경쟁업체인 주니퍼네트웍스가 앞선 기술을 무기로 시장을 크게 잠식했기 때문이다.

셋째 도전적인 기업문화가 퇴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3만9천여명의 전체직원중 절반가량은 지난 1년반사이 M&A 등으로 입사한 외인부대다.

그만큼 시스코 본래의 기업문화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챔버스 사장은 아직 자신의 꿈을 접지 않았다.

2005년까지 시스코를 매출액 1천1백억달러의 회사로 키우겠다는게 그의 포부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이 1백7년 걸려 해낸 일을 불과 21년만에 해치우겠다는 것.

"우리시대에 진행되고 있는 기술혁명은 2백년전 산업혁명이 인류역사에 던져줬던 충격에 비견할 수 있다. 시스코는 이 변화를 최선두에서 이끌어갈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며 혁명을 꿈꾸는 챔버스 사장이 당면한 도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