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가 잘못되면 모든 걸 실패라고 비난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팽배해 있다.

얼마전부터 언론매체를 뒤덮고 있는 워크아웃 실패 기업도 마찬가지다.

근원적인 문제는 지적하지 않고 기업만 매도하고 있다.

기업 경영관련자들에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금융기관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핵심적인 문제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잘 알다시피 워크아웃은 영업상황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리거나 금융비용 부담이 높아 부도위험에 몰린 기업에 대해 자구노력을 전제로 채권자 합의에 따라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시키는 것이다.

대우를 제외한 64개 워크아웃 기업중 32개 회사가 이미 조기 졸업했거나 워크아웃 졸업 권고를 받고 있다.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을 인정해야 한다.

IMF 상황에서 무더기 도산을 방지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문제가 있다면 제도가 아니라 운용 시스템상에 잘못이 있었고,이를 조기에 시정하지 못했다는 점,특히 대부분의 채권금융기관들의 방기에 가까운 모럴해저드가 문제였다.

먼저 경영진 선임이 잘못됐다.

워크아웃 기업은 영업활성화가 생명이다.

영업활동의 오랜 경험에서 얻은 기업의 인적ㆍ물적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무시해선 안된다.

워크아웃 기업주의 무조건적인 퇴출주장도 영업능력을 약화시키는 주원인 중의 하나다.

지금까지 워크아웃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당수 기업은 관리전문가나 동종업계 실무 경험이 적은 사람을 경영자로 선택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CFO(재무당담 최고책임자)도 마찬가지다.

관치금융과 리스크 회피적인 성향의 채권금융기관 퇴직원로나 고위직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마디로 책임경영과는 거리가 먼 부적격자로 경영진을 구성했다고 볼 수 있다.

현실경영에 강한 사람이 성공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

성공적인 워크아웃을 위해서는 워크아웃 기업의 인사관리에 혁명을 해야 한다.

채권금융기관에서는 능력있고 워크아웃 또는 기업분석 경험이 있는 중간관리자나 실무경험이 풍부한 동종업계의 중간간부를 CFO로 발탁해야 한다.

경영감시의 핵심인 투명성 확보에도 실패했다.

워크아웃 기업은 금융기관 주주 채권자와 더 나아가 국민부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희생 위에서 회생을 도모하는 데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기업에 비해 기업경영의 중간과정에 대한 특별한 감시 장치가 없었다.

최소한 워크아웃 초기엔 매월 또는 분기별로 공인회계사에 의한 회계감사를 받아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하여 감시가 가능해야 한다.

아울러 채권자인 금융기관들의 책임의식과 기업회생을 통한 부실축소에 대한 강한 의지가 부족하다.

워크아웃 기업의 회생은 영업활성화가 핵심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채권금융기관의 행동은 영업활성화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자금문제를 해결해도 영업부문이 위축되기 시작하면 기업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최근 건설업체인 우방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워크아웃기업의 법정관리 전환은 책임회피적인 행태중 대표적인 사례다.

법정관리는 책임을 면하기 위한 금융기관들의 도피처다.

회생가능 기업이라면 워크아웃 상태에서 법정관리에 준하는 강도 높은 채무조정을 하는 것이 더 낫다.

회생불능이라면 아예 청산을 통한 파산절차를 밟아야 한다.

9월말이 지나면 워크아웃이 자율협약으로 넘어간다.

이제는 정말 금융기관들의 주인의식이 중요하다.

기업을 지원해준다는 시혜적 사고에서 벗어나 기업이 살아야 내가 산다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금융기관들의 책임회피적 경영과 모럴해저드를 떨쳐버리지 않고는 워크아웃이 성공할 수 없다.

책임회피적 행동은 감독당국이 조장한 면도 있다.

과정은 무시한 채 결과에만 집착,책임을 추궁해온 감독당국도 감독방식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hy21c@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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