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선박 등 제조업체들이 치솟는 철강 가격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관련 업체 주가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상품시장 정보제공 업체인 CRU그룹에 따르면 미국의 중서부 철강 지수는 이달 초 기준 톤당 1940달러로 기록됐다. 2019년 및 작년 9월의 약 560달러 대비 네 배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철강 가격을 지속적으로 추적해온 미 정부도 지난달의 철강 지수가 작년 동기 대비 약 두 배 뛰었다고 밝혔다. 1920년대 철강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철강을 많이 사용하는 가전제품 제조업체들은 작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가전제품 가격은 6.8% 상승해 10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철강 가격 급등은 반도체 공급난, 인력 부족 등에 시달리고 있는 제조업체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미 제조업체의 경제 규모는 총 5조9000억달러 정도라는 게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다.

소비재 업체인 캠벨수프는 토마토 수프용 캔을, 펠로톤 인터랙티브는 자전거 부품을, 스틸케이스는 책상과 캐비닛을, 포드와 제너럴모터스는 신차를 만드는 데 각각 많은 양의 철을 사용하고 있다. 제조업체 중 철강이 쓰이지 않는 제품이 없다시피 한 것이다.

금속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HCC의 브라이언 넬슨 대표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비싼 값을 주고도 철강을 제때 조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전과 달리 우리도 매달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장비제조업협회의 킵 아이드버그 책임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 모두 수입산 철강에 대해 너무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며 “가격 안정을 위해 관세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철강 생산량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우선 글로벌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이 철강 생산을 줄일 계획이다. 탄소 배출량을 낮춰야 하는 상황 때문이다. 이미 중국의 지난달 철강 수출량은 최근 6개월 내 최저치다.
미국의 대표적인 철강 업체인 US 스틸 주가는 올 들어 50% 넘게 뛰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철강 업체인 US 스틸 주가는 올 들어 50% 넘게 뛰었다.
미국도 비슷하다. US 스틸&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작년 팬데믹(대유행) 이후 약 700만 톤에 달하는 철강 생산 능력을 감축했다. 2019년의 미국 내 철강 소비량 대비 12% 수준이다.

US 스틸이 언제 생산 능력을 100% 회복할 지도 미지수다. 유휴 상태인 제철 능력을 원상태로 복원시키려면 재가동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구형 제철소의 경우 신형과 비교해 공장 운영 비용이 매우 높은 편이다.

다만 향후 수년 동안 미 시장에 연간 900만 톤의 생산 능력이 추가될 것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미국 내 소비량의 15% 규모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테라드라이브 시스템의 벤 하페나우 최고경영자(CEO)는 “요즘엔 하루종일 적절한 부품을 찾아 헤매고 있다”며 “직전까지만 해도 철강 등 원자재 및 부품난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줄 알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은 세계 철강 소비량의 약 12%를 차지한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