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주가가 약 9년 만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핵심 사업인 영화 콘텐츠의 부진에 스트리밍 구독자 수 감소, TV 부문의 부진 등 다방면에서 위기가 고조된 여파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스트리밍 요금 인상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금보다 주가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디즈니 주가는 전일보다 3.36달러(3.91%) 하락한 82.47달러에 마감했다. 2014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주당 197.1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1년 3월 대비 58% 넘게 떨어졌다.

이달 초 발표한 2분기(회계연도 3분기) 실적 부진의 충격이 이어지다 25일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매도심리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디즈니 2분기 매출은 223억3000만달러(약 29조원)로 시장 추정치를 소폭 밑돌았다. 지난해 이 기간 14억900만달러를 벌었지만 올해는 4억6000만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적자 원인은 콘텐츠였다. 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 사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2분기에 각각 17%, 20% 증가했다. 그러나 미디어와 콘텐츠 사업에서는 매출이 1%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46% 급감했다. 영화 ‘엘리멘탈’과 ‘인디아나 존스’ 같은 대작들이 흥행에 실패한 여파가 큰 것으로 추정된다.

OTT 서비스인 디즈니+ 가입자 수가 1억4610만명으로 전 분기보다 7.4% 감소한 타격도 컸다. 가입자 수는 사업의 성장성과 직결된다. 다만 온라인 스트리밍 손실은 5억1200만달러로 전년 동기(10억6000만달러) 대비 줄었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회사가 단기적으로 도전적인 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인정했다. 실적 발표 이후 디즈니 주가는 5% 이상 하락했다.

문제는 현재 주가가 바닥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가 묶여 ‘바벤하이머’ 열풍을 만들면서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만큼, 디즈니의 ‘나홀로 부진’이 투자자들에게 더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회사인 케이뱅크 캐피털 마켓의 애널리스트 브랜든 니스펠은 “디즈니는 콘텐츠 비즈니스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유일한 회사”라며 “영화사업이 영원히 적자를 낼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