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TSLA)가 1분기 실적발표에서 자동차 마진율은 공개하지 않는 초강수를 뒀다. 자동차 부문을 포함한 전체 마진율은 20%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는 19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발표에서 "전체 마진율(매출총이익률)이 19.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업체 리피니티브 전망치 22.4%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작년 4분기(25.9%)까지 밝혔던 총 자동차 마진율은 이날 1분기 실적발표에서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테슬라 전체 사업에서 자동차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에너지 저장·배터리 등 기타 부문에 비해 압도적인 만큼 전체 마진율이 20%를 밑돈 것도 테슬라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마진율 20% 수성'은 테슬라의 영업성을 지탱했던 상징과도 같은 수치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는 그간 자동차 뼈대를 한 번에 찍어내는 기가프레스 등을 도입해 제조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춰 높은 마진율을 유지했다. 다른 완성차 제조사의 전기차 브랜드보다 더 과감하게 '가격 인하 전쟁'을 치고 나갈 수 있던 배경이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경기 침체기에 시장 점유율 확대를 촉진하기 위해 업계 최고의 마진을 충분히 희생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테슬라는 실적발표를 하루 앞둔 전날에도 미국 내 차량 가격을 또 다시 내렸다. 이달에만 두 번째 인하 결정이고, 올 들어 6번째다. 중·저가 전기차인 모델Y와 모델3의 미국 시장 내 최저가를 각각 3000달러(약 397만원), 2000달러(약 265만원) 인하해 연초와 비교하면 각각 20%, 11%씩 저렴해졌다.
Q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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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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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분기 실적발표에서 자동차 마진율을 지우고 전체 마진율만 공개한 것은 머스크의 '일보후퇴'라는 분석이 나온다. BNN블룸버그는 "지난해 1분기 30%를 넘겼던 자동차 마진율에 대해 이번에 이상하게도(unusually)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계속된 가격 인하로 차량 매출은 늘었으나 이익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테슬라의 1분기 매출총이익은 45억11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순이익은 25억13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24% 줄었다. 지난해 말부터 가격 인하 공세를 통한 재고 감축에 사활을 걸었던 테슬라가 결국 '마진 압박'이란 후과를 치렀다는 평가다.

로이터통신은 "테슬라는 작년 말부터 미국, 중국 및 기타 시장에서 여러 차례 가격을 인하했다"며 "그러나 분석가들은 테슬라가 특히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치고 올라오는 가격 전쟁 압박을 받는 데다, 독일 베를린과 미 텍사스의 새로운 공장에서 노후화된 모델 라인업에 대한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앞으로 가격을 더 인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이어진 컨퍼런스 콜에서 직접 등장한 머스크는 "테슬라의 마진율은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더 많은 판매량을 추구하는 게 옳은 선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마진을 추구하기 위해 더 적은 판매량을 감내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선 일정 수준의 마진율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투자은행 캐너코드 제뉴이티의 조지 지아나리카스 분석가는 "테슬라의 지속적인 가격 인하 결정은 경쟁사들에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테슬라가 자랑하는 업계 최고의 마진도 단기적으로 희생될 뿐만 아니라 가격 전쟁에 동참하려는 많은 전기차 경쟁업체들의 흑자 전환에 어려움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발표 직후 테슬라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4% 가까이 급락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 테슬라 1분기 실적 분석
(1) "매출은 늘었는데"…테슬라 순익 24% 급감
(2) 수익성 악화하자 '자동차 사업 이익률' 미공개
(3) "에너지 회사로 불러달라"…스토리지 360% 성장
(4) 순익 급락에 시간외서 3.5% 떨어진 테슬라
(5) "차값 인하로 자승자박" vs "수익성 회복"…엇갈린 전망
(6) 머스크 "영업이익률 업계 최고…에너지 매출 향후 전기차 뛰어넘을 것"
(7) "충격적으로 나빴다"…테슬라 혹평한 외신·전문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