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고전하는 가운데 월가에서 우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S&P500 지수가 10%까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미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췄다. 인플레이션 충격이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미 중앙은행(Fed)의 양적긴축 정책은 투자심리를 사정없이 끌어내리고 있다. 조정장이 수 달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모건스탠리 “2022년은 상환의 해”

23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리사 샬렛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투자 노트에서 “기업들의 실적 하향 조정과 경기 부진으로 S&P500 지수가 5~10%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23일 종가 기준 S&P500지수는 3973.75로 연초 고점 대비 17.15% 떨어졌다. 여기서 10% 더 하락하면 3500선이다.
"S&P500 10%까지 더 떨어질 수도"…암울한 美 증시 전망
2020~2021년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들은 대규모 확장재정을 펼쳤다. 감염병을 우려한 소비자들은 밖에 나가 각종 서비스를 즐기는 대신 집에서 상품들을 샀다.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의 매출이 뛰었고, 이들의 호실적은 올 들어 인플레이션과 Fed의 금리 상승 기조가 시작됐을 때 증시를 일부 방어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고 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들이 늘었다. 2분기와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낮추는 기업들도 많아졌다. 지난주 미국의 유통공룡인 월마트와 타깃은 부진한 1분기 실적을 발표했고 아마존의 1분기 매출 증가율은 2001년 닷컴붕괴 후 21년 만에 가장 낮았다.

샬렛 CIO는 “2020~2021년 미국 기업들은 과도한 호실적(overearning)을 기록했고, 그 결과 올 들어 미국의 실적 전망 추이가 전 세계에서 가장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는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로 받은 정부 지원을 상환해야 하는 해”라며 “2020~2021년 당시와 같은 V자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P500 10%까지 더 떨어질 수도"…암울한 美 증시 전망

○블랙록, “Fed 기조 바뀌어야 증시 반등”

이날 CNBC에 따르면 블랙록은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블랙록은 세계 최대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다. 1분기 말 기준 운용자산은 9조5695억달러로, 한화로는 1경2106조원에 이른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가 이유다. 장 보이빈 블랙록 투자연구소 대표는 “Fed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시장이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비용은 감당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긴축 기조가 이어지고 시장이 이를 믿는 한 (주식 등) 위험자산이 반등할 것이라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초기 수준으로 회귀한 중국 경기는 전 세계에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최근 2020년 3월 수준의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증가율을 발표했다.

보이빈 대표는 Fed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기조로 입장을 바꾼 이후에 주식시장으로 복귀할 것이라며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 상장사들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기업들의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가 1조달러(1266조원)로 사상 최대치일 것으로 전망했다. S&P500 편입 종목 중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들은 현재까지 총 2690억달러(341조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8% 늘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