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로고 / 사진=로이터 연합
ASML 로고 / 사진=로이터 연합
세계 1위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에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찾아왔다. 인공지능(AI)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른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가 기회라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따른 매출 감소는 실적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올 30% 오른 ASML…"1분기 순이익 181% 쑥"
ASML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23일까지 27% 이상 올랐다. 이날 종가는 640.8유로다.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을 노광(lithography)이라고 한다. ASML은 노광장비 시장 세계 1위다. ASML은 7㎚(나노미터) 이하의 초미세 공정을 구현하는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회사다. EUV보다 한 단계 아래 기술로 평가받는 액침(immersion) 심자외선(DUV) 노광기의 88%도 ASML 제품(2020년 기준)이다. 액침은 노광기의 대물렌즈와 웨이퍼 사이에 수막을 만들어 빛을 한 번 더 굴절시켜 해상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이런 압도적인 기술력을 갖춰 ASML은 ‘반도체업계의 슈퍼을(乙)’로 불린다.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ASML은 올해 상반기에 기록적인 실적을 올릴 전망이다. ASML은 올해 1분기에 매출 67억4600만유로(약 9조4600억원), 순이익 19억5600만유로를 거뒀다고 지난 4월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0.9%, 순이익은 181.4% 급증했다. 1분기 예약 매출은 37억5000만유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 줄었다. 고객사가 투자를 줄인 여파다. 2분기 매출 전망치는 65억~70억유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68~28.99% 증가한 수치다.

세계적인 ‘AI 붐’으로 ASML은 큰 기회를 맞았다. 생성형 AI 구현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칩을 제조하는 데 ASML의 첨단 노광장비가 필수기 때문이다. JP모간체이스는 최근 ASML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로 유지하고 목표 주가를 690유로로 제시했다. ASML은 차세대 극자외선 노광기(high-NA EUV)를 2025년부터 반도체 제조사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ASML에 최근 닥친 위기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정책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자국 기술을 이용하는 최첨단 반도체 장비를 중국 기업에 판매할 수 없게 하는 고강도 규제를 발표했다. 이 여파로 ASML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4%에서 올해 1분기 8%로 하락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