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코나웨우타라에 있는 니켈 생산지의 모습(사진=AFP)
인도네시아 코나웨우타라에 있는 니켈 생산지의 모습(사진=AFP)
유럽 완성차 제조업체 스텔란티스가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확보를 위해 인도네시아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중국이 장악한 인도네시아 니켈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전기차 전환을 가속한다는 방침이다.

FT는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스텔란티스가 고압산침출(HPAL) 니켈 제련소에 투자하기 위해 발레 인도네시아 및 중국 1위 코발트 생산업체 화유 코발트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투자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고압산침출 공정은 높은 온도와 압력 아래 니켈 원광으로부터 황산에 반응하는 금속을 침출하는 방식이다.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에서 주로 사용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보다 순도 높은 니켈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의 발레 인도네시아 니켈 처리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의 발레 인도네시아 니켈 처리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FT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제조기업들은 중국 기업에 비해 주요 광물 확보에 뒤처져 있다. 서방 기업들은 인도네시아 니켈 채굴 및 정제 과정이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투자를 꺼려왔고 그 자리는 칭산, CATL 등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세계 최대 니켈 매장지인 인도네시아에서 중국은 생산 비용을 낮추고 투자를 지속하면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니켈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니켈 가격 하락으로 경쟁 광산들이 생산량을 축소하면서 점유율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텔란티스는 이 틈을 노렸다. FT는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전환 계획을 축소하는 가운데서도 스텔란티스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잠재적 투자를 통해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1년 스텔란티스는 “ 2025년까지 전기차 개발에 300억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며 전기차 전환을 선언했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배터리 재료 공급업체와 오프테이크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에는 15억유로를 투자해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립모터의 지분 약 20%를 인수했고, 올 2월에는 전기차 모듈 생산을 위해 헝가리 센트고트하드 공장에 1억300만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3월 미국에서 감원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번 투자 역시 스텔란티스의 전기차 확장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스텔란티스의 프리미엄 브랜드 알파 로메오가 지난 4월 10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행사에서 자사 최초의 완전 전기자동차(EV)를 공개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스텔란티스의 프리미엄 브랜드 알파 로메오가 지난 4월 10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행사에서 자사 최초의 완전 전기자동차(EV)를 공개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인도네시아는 니켈을 활용하여 자국 내 전기차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이번과 같은 거래는 인도네시아에도 이익이 된다. 니켈 시장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어서다. 인도네시아는 중국 수요 둔화로 인한 충격에 대비하고 미국과 유럽에 대한 니켈 노출을 높일 방법을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FT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다른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과도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 관계자는 “일부 유럽 기업들이 제련소 설립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드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남동부 술라웨시에 있는 45억 달러 규모의 고압산침출 공장에 발레, 화유와 투자하기로 합의하면서 전기 자동차에 필요한 니켈을 직접 확보했다. 프랑스 광산 기업 에라메와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도 지난해 인도네시아 니켈-코발트 정제소 건설에 26억 달러를 투자했다.

발레 인도네시아 대변인은 “우리는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인도네시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여전히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외국인 직접 투자 확대는 인도네시아를 전기차 허브로 만들고 광물 2차산업 육성을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