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사진=EPA
이란이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타격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공격해 이란 군부 실세를 사살한 지 12일 만의 일입니다.

모두가 원하지 않은 시나리오였습니다. 그동안 이란의 대리인이 나선 '그림자 전쟁'의 판이 바뀌었습니다. 중동의 운명은 벼랑 끝에 선 것처럼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란은 "새로운 방정식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전의 초기 양상은 독특한 형태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전쟁 양상과는 다릅니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이란은 수백개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99%를 격추시켰습니다. 공격자인 이란은 잘 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잘 막았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행동은 스스로 추켜세우고 서로를 자극하는 언행은 삼가고 있습니다.

"이런 전쟁 처음이야"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독특한 흐름으로 전개되는 이-이 전쟁을 중심으로 이번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정보력으로 확전 자제시키는 미국

사진=EPA
사진=EPA
이란은 지난 1일 시리아에 있는 자국 영사관이 폭격당하자 그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예고했습니다.

열흘 후인 11일(현지시간)부터 미국에서 이란의 공격 시점에 대한 여러 예고편이 본격 등장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외신들은 "이스라엘이 앞으로 48시간 내 자국 영토에 대한 이란의 직접 공격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진=AFP
사진=AFP
다음날인 12일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얼마나 임박했느냐'는 질문에 "내 예상은 조만간(sooner than later)"이라고 답했습니다. 같은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도 온라인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란의 잠재적 위협을실행가능하고, 확실히 믿을만한 것으로 본다"며 "상황을 매우, 매우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미국의 예고가 나온 48시간 내 시점인 미국시간 13일에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를 타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예상못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과 달리 이번엔 정확히 맞춰 우월한 정보력을 과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다 알고 있으니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는 경고를 날렸습니다. 이란과 이스라엘에 대해 확전을 자제시키려는 압박입니다. 급속히 약해진 중동 내 미국 위상을 정보력으로 만회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시점을 먼저 얘기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한 것과 같은 패턴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이 시작된 뒤에도 "이스라엘 방어는 적극 지원하지만 이란에 대한 반격은 하지 말라"고 확전 자제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이란 참전을 희망해온 이스라엘

사진=AFP
사진=AFP
이스라엘은 시리아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것은 예상지 못한 시나리오였습니다. 치외법권 지역인 대사관 건물을 습격하는 건 그만큼 급박하거나 다른 대안이 없다는 방증이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공습으로 7명의 이란인이 사망했습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사망자 중엔 이란혁명수비대(IRGC)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사령관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자헤디는 해외 작전을 총괄하는 이로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을 촉발시키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이스라엘 정부는 이스라엘 내부의 분노를 해소해야 합니다. 하마스의 기습을 눈치재지 못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누군가를 응징해야 합니다. 그래서 하마스 공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란을 공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영사관 공습이라는 형태로 무리한 공격을 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오랜 가자지구 전쟁으로 무수히 많은 민간인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사진=EPA
사진=EPA
이 때 필요한 건 국면 전환입니다. 이스라엘의 비인도적 전쟁 상황을 바꿔줄 수 있는 주체는 이란이었습니다. 이란을 전쟁판에 들어오게 해 민간인 희생에 대한 비판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세계적 비판의 화살을 이란 쪽으로 돌릴 수 있는 '게임 체인저'였습니다.

플라비아 크라우스 잭슨 애틀랜틱 카운슬 에디터는 "전쟁으로 인도주의적 위기에 몰린 이스라엘은 이란이 큰 소리로 짓지만 물지는 않을 것으로 가정하고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란은 정신승리 선언?

이스라엘 이란의 전면전…파국인가 약속대련인가 [美 증시주간전망]
이란의 움직임도 이례적입니다. 유엔주재 이란 대표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습을 시작하기도 전에 X(옛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유엔 헌장 51조에 따라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은 정당하다"며 "이 문제는 결론이 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애틀랜틱 카운슬은 "이 성명은 드론과 미사일이 목표물이 도달하기 전에 발표됐다"며 "본질적으로 이란은 사건이 시작되기도 전에 끝났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호세인 아미라브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도 "현 시점에서 이란은 이스라엘을 다시 공격할 의도가 없다"며 "이 문제는 종결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스라엘 이란의 전면전…파국인가 약속대련인가 [美 증시주간전망]
이란은 이번에 이스라엘과 국제사회를 압박하기 위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차단하거나 교란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란은 그런 선택권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스라엘과 연계된 컨테이너선을 나포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두 가지 움직임을 종합해 보면 이란은 경고 정도로 자제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란은 공격의 상징성을 극대화하되 피해는 최소화하도록 이스라엘 보복을 설계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일회성 충돌로 끝나나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이란과 이스라엘의 정면충돌이 일회성으로 끝이 날까요. 양국은 아직까지는 그런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란과 이스라엘 내 여론입니다. 지금까지는 이란은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응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도 하마스의 기습 때와는 달리 이란 공격은 피해없이 잘 막았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는 변수는 많습니다. 우선 하마스입니다. 여전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일시 휴전이나 영구 휴전으로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마스는 이란의 참전에 고무됐는지 휴전안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인 야히아 신와르가 합의를 원하지 않으며 이란과의 긴장을 이용하고 분쟁의 지역적 확대를 가져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진=EPA
사진=EPA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더욱 강경한 노선을 걷을 수 있습니다. 이란 지원을 등에 업은 무장정파와 확전을 거듭할 가능성은 상존합니다. 이란도 "시오니스트 정권이 다시 공격한다면 다시 맞대응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갈등을 고조시키지 않기 위해 수위를 조절하며 미세 조정 형태로 보복을 하려고 하지만, 잘못된 계산에 따라 직접 충돌이 촉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아드 다우드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의 행동이 이스라엘의 대응을 촉발한다면 전쟁은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응을 억제시킬 수 있느냐가 향후 흐름을 결정지을 변수"라고 분석했습니다.

메가톤급 변수가 된 지정학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시장은 불안한 중동 정세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할까요. 파국의 전조로 여길까요. 아니면 일회성 약속대련으로 생각할까요.

단기적으로 원유 가격과 금값이 요동칠 수 있습니다. 달러 가격 상승을 부채질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일회성으로 그칠 것으로 판단하면 증시는 빠르게 안정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양국의 갈등이 확산하면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중동 정세가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번 주엔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보고서(16일)가 수정된 세계 국가별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합니다. 미국 워싱턴에서 IMF 연차총회가 열리고 주요 24개국(G24)의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개최됩니다.
이스라엘 이란의 전면전…파국인가 약속대련인가 [美 증시주간전망]
이번 주 뉴욕증시에선 지정학적 갈등 외에 피벗(금리 인하로 전환) 지연 역풍이 계속될 지가 관심사입니다.

휘청이는 뉴욕증시에 기업 실적이 소방수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지난주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가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번 주엔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블랙스톤 등 금융주가 실적을 내놓습니다. 위기라는 수식어를 달고 사는 지역은행과 중소은행의 실적 발표도 이어집니다.

강한 고용 속에서 견조한 소비도 이어질까요.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매 판매 지표가 15일에 나오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경기 보고서인 베이지북(17일)이 공개됩니다.

미국 금리 인하 속도와 관계없이 다른 선진국들의 피벗과 인플레이션 움직임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캐나다(16일)와 영국(17일)의 금리 인하 속도를 결정할 인플레이션 지표가 나옵니다.
사진=AFP
사진=AFP
전체적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과 금리 인하 지연을 어떻게 시장에서 소화할 지가 이번주 핵심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