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스라엘 방위군(IDF)
/사진=이스라엘 방위군(IDF)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다. 이달초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혁명수비대 장성 포함 7명이 사망했고 이란은 보복을 다짐했었다. 긴장감이 높아지자 지난주 브렌트유 가격은 90달러를 넘어섰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맞붙으면 국제 유가는 100달러를 쉽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의 보복을 기회로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숙원인 이란 핵시설 폭격을 감행할지 주목된다. 할리우드 영화 '탑건2'의 공습 작전은 이란 핵시설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항공모함도 없이 수천㎞의 장거리 폭격을 준비해왔다. 영화와 달리 이란에는 5세대 전투기도 없고, 공군력은 빈약하다.

다만 공격의 명분이 문제다. 이스라엘은 이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맹폭해 3만3000여명을 사망하게 만든 탓에 국제사회의 신용을 잃었다. 게다가 이란의 이번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지도 않아 보복 공습을 할 때 미국과 영국의 지원을 받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F-35 기지 노렸지만 '허탕', 망신당한 이란

이란은 지난 13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인이 소유한 해운사의 상선을 나포한 데 이어 같은 날 밤 170여대의 드론과 30여기의 순항미사일, 110여기의 탄도미사일을 일제히 발사했다. 그러나 90% 이상이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과 미국과 영국 해·공군에 의해 요격됐다. 대부분이 이스라엘 영공에 진입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날 TV 브리핑에서 "이란이 발사한 여러 유형의 발사체 300여기 중 99%를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테헤란 영국 대사관 앞에 모인 이란 시위대가 환호하고 있다. /사진=Reuters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테헤란 영국 대사관 앞에 모인 이란 시위대가 환호하고 있다. /사진=Reuters
이란에 따르면 미사일 공격의 주력은 F-35 스텔스 전투기가 배치된 이스라엘 남부 네바팀 공군 기지를 겨낭했다. 드론을 비롯해 다양한 미사일을 섞어 발사했지만 속력 차이 때문에 순차적으로 요격됐다. 탄도미사일들은 10여분 만에 이스라엘 영공에 나타나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인 에로(Arrow)에 막혔고, 파편들이 떨어지며 경미한 피해를 입혔다. 새로 개발 중인 대기권 밖(고도 100㎞ 이상)에서까지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애로-3'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간여 만에 나타난 순항미사일 역시 방공망에 가로막혔고, 최고 시속 185㎞에 불과한 샤헤드 드론은 몇 시간이 걸려 날아오는 동안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의 전투기와 이스라엘의 F-35에 대부분 요격됐다. 일부 미사일 등이 네바팀 공군 기지에 떨어졌지만 활주로 등 주요 시설은 순식간에 복구돼 정상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NBC, ABC 등 방송에서 "어젯밤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에 있어 엄청난 능력을 확인했다"면서 "이스라엘은 고립되지 않았으며 우방과 함께하고 있다는 점도 어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말리는 세계 각국

이란의 공격이 예상외로 빈약했던 탓에 이스라엘도 즉각 보복에 나서진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보복을 일단 철회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CNN방송 등 복수의 매체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이스라엘의 어떤 반격도 반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격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세계 각국이 평화를 주문하는 것은 무력 분쟁이 본격화되면 이라크 남부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 생산·수출에도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터미널이나 원유 인프라를 직접 노릴 가능성도 높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물론 총선을 치르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중국 등이 한마음이다.

이란 핵무기, 이스라엘 생존의 문제

이스라엘은 그러나 과거 중동 전쟁 때 미국은 물론 유엔 결의도 무시한 전력이 있고, 단독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무기 개발을 생존의 위기로 여긴다. 1979년 이슬람 원리주의 혁명 후 이란은 이스라엘을 없애야할 존재로 여기고, 국가로 공식 인정하지도 않는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2020년엔 이란 영토에서 이란 최고의 핵 과학자인 모센 파크리자데를 살해하기도 했다. 아랍권 매체 엘라프 뉴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전투기 편대가 최근 며칠간 이란 핵시설을 비롯한 주요 인프라를 공습하는 모의 훈련을 진행했다.

이란은 이스라엘(2200대)의 두 배에 가까운 4071대의 전차를 보유하고 해군 전함의 숫자도 많다. 그러나 직선거리로 1600㎞ 떨어진 이스라엘까지 지상군이 진군하거나, 해군이 지중해로 돌아서 공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쟁은 공군력과 비대칭 전력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이스라엘 방위군(IDF)
/사진=이스라엘 방위군(IDF)
전투기 등 항공기 숫자는 612대를 보유한 이스라엘이 이란(551대)보다 우월하다. 게다가 F-35 같은 5세대 전투기와 최신 전자장비로 업그레이드 된 F-16과 F-15도 있고 파일럿들의 실전 경험도 풍부하다. 이란 정부도 이 때문에 보복에 소극적이었다. 분쟁 중 자칫하면 미국 등과 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이란은 지난 13일 공격이 끝나기도 전에 "추가 보복이 없다면 더 이상 이스라엘을 공격할 계획이 없다"는 성명을 내놨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이란을 폭격하려면 요르단과 사우디를 가로지르는 장거리 비행을 해야하는 현실적 어려움과 국제 사회의 비난 등을 우려해 공격에 나서지 못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전력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최악의 경우 케이바르 등 이란 미사일에 이스라엘 디모나 원전이 파괴되는 등 피해도 우려됐다. 그러나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을 방어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서면 공습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이란 포도우와 나탄즈의 핵시설에서 고농축 우라늄 제조되는 점을 지적하며 "2018년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이후 이란은 원할 경우 핵폭탄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게 됐다"우려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