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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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당국이 인공지능(AI)기업 간 이사회 및 임원 중복 선임 조사에 착수했다. 빅테크 기업이 유망 AI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며 공고해진 ‘끈’이 결국엔 AI 시장의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럽에서도 빅테크의 AI 스타트업 투자가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앤드류 포먼 미국 법무부(DOJ) 반독점국 부차관보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법무부는 이사회 구성원을 공유하는 AI 경쟁 업체를 주시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가 특히 집중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국 반독점법에 따르면 개인이나 단체는 서로 직접 경쟁하는 두 회사의 이사회 일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상대 기업의 경영에 관여함으로써 건강한 경쟁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복 이사 선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지난 4월에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에서, 작년 8월에는 네트워크 플랫폼 개발 기업 넥스트도어 홀딩스에서 일부 이사가 사임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당국은 인공지능 산업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정보기술 업계에서 AI 기술 중요도가 급격히 높아지자 빅테크 기업들은 유망 AI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했고, 스타트업들은 빅테크의 자금과 인프라에 의존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시장조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매그니피센트 7 기업의 AI 투자금은 2022년 44억달러에서 지난해 246억달러로 다섯배 넘게 급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 GPT 개발사 오픈AI에 130억 달러를, ‘프랑스판 오픈AI’라고 불리는 미스트랄에 1500만유로(약 1610만달러)를 투자했다. 지난달에는 딥마인드의 공동 설립자인 무스타파 술레이만을 AI 사업 책임자로 임명하면서 그와 함께 인플렉션을 공동 창업한 카렌 시모니언 및 인플렉션 직원 70명을 대부분 영입했다. 아마존과 구글은 오픈AI의 라이벌 스타트업인 앤스로픽에 각각 40억 달러와 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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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쟁 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 역시 빅테크와 AI 스타트업의 긴밀한 관계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 1월 빅테크 기업의 AI 스타트업 대규모 투자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 유럽연합 경쟁 당국(EU), 영국 경쟁시장청(CMA) 등도 빅테크 기업의 반독점법 위반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CMA는 지난 12월 “투자 이후 사실상 합병 상황이 발생했는지, 투자기업이 피투자기업에 대한 통제권을 가졌는지, 투자기업이 의결권을 행사하는지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