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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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는 도쿄대. 도쿄대 졸업생의 진로는 매년 주목 대상이다. 공무원 지망생이 줄어드는 것은 한국과 비슷하다. 최근엔 취직 기업 랭킹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대학신문 집계 결과 도쿄대 학부(문과) 졸업생의 취업 희망 기업 1위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일본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이 차지했다.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켰던 금융, 상사 등 대기업을 밀어냈다. 2~5위는 미쓰비시UFJ은행, 액센추어,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쓰비시상사다.

라쿠텐은 왜 도쿄대 졸업생에게 가장 인기가 있을까. 지난해 도쿄대를 졸업하고 라쿠텐에 입사한 엔지니어직 남성 직원은 영어가 공용어인 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한다. 그는 “70~80%의 팀에 외국인이 배치돼 있다”며 “대만인 상사나 러시아인 상사와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영어로 대화하면서 글로벌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쿠텐이 영어를 공용어로 선언한 것은 벌써 10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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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제도도 매력적이다. 지난해 도쿄대를 졸업한 법인 영업 직원은 “4~5년 차에 과장 등 관리직이 될 수 있다”며 “야근을 해서라도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빠른 사람은 2~3년째에 리더 포지션, 5~6년째에 중견 관리자 자리를 거쳐 10년 만에 조직을 이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장점은 정보기술(IT) 스킬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 한 엔지니어직은 “새로운 것을 계속 개발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한다. 문과 졸업생도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IT 스킬이 몸에 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대 대학원(이과) 수료생에게도 라쿠텐은 3위에 올랐다. 1위는 컨설팅 펌 액센추어다. “격무는 상관없다. 스킬을 몸에 익히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혼다 마이카 도쿄대학신문 편집장은 “지금 세대의 특징은 실력주의와 상승 지향”이라며 “연공 서열, 종신고용이라는 과거 문화에서 벗어나 나이를 따지지 않고 능력을 평가받아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쪽을 매력적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10년 전 도쿄대 학부 졸업생의 취업 희망 기업 랭킹을 보면 1~3위는 은행(미쓰비시도쿄UFJ,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파이낸셜), 4~5위는 상사(미쓰비시, 미쓰이)다. 라쿠텐 같은 인터넷 기업이 선두에 오르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과거에도 상위 20위 안에 인터넷 기업이 이름을 올린 적은 있다. 그러나 사업이 축소되며 순위 밖으로 밀렸다. 라쿠텐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휴대폰 사업 설비투자 부담이 큰 탓이다. 라쿠텐이 과거 일본 인터넷 기업의 전철을 밟지 않을지 관심이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