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션으로 엔비디아 지분 가치 희석 노려 AI테마 사랑은 여전…광업(금) 추가 알파벳·브로드컴은 담자마자 '손절'
작년 가을 엔비디아의 주가가 너무 높다고 말했던 미국 월가의 유명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사진)가 그무렵 엔비디아 콜옵션(주식을 행사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주식은 팔아 차익을 실현하고, 향후 가격상승에 베팅해 미리 정해둔 저렴한 주가로 다시 매수할 수 있는 권리에 투자했다.
드러켄밀러의 개인 자산을 투자하는 듀케인패밀리오피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듀케인은 지난해 4분기에 엔비디아 주식 약 25만주를 매각하고 대신 콜옵션을 통해 48만주가량을 되샀다. 현재 그가 보유한 엔비디아 주식은 총 5억5000만달러어치에 달하는 110만주다. 엔디비아는 드러켄밀러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콜옵션 주식 등을 전부 포함해 16%를 웃도는 비중으로 1위 종목이 됐다.
그는 월가의 대표적인 인공지능(AI) 예찬론자다. AI 칩 시장에서 점유율 80~90%를 자랑하는 엔비디아를 두고 "경기 침체에도 살아남을 기업"이라고 호평했다. 드러켄밀러는 2022년 9~12월 엔비디아 주식을 처음 매입한 뒤 작년 2분기까지 꾸준히 추가 매수해 비중을 늘려왔다. 그러다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엔비디아 주식을 7만주가량 팔아 차익을 실현했다. 4분기에도 일부(약 25만주)를 추가 매도했지만, 콜옵션 투자 기법으로 비중은 대폭 늘렸다.
추후 엔비디아 주가가 행사가격보다 상승하면 콜옵션의 가치는 더 크게 상승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가을쯤 "엔비디아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in nosebleed territory)"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콜옵션을 매수했을 시기에 한 발언으로 추정된다. 당시는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 규제 수위를 높여 엔비디아의 매출에 불확실성이 가중되던 때였던 만큼 콜옵션 투자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년새 2배 이상 폭등한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도 이미 50% 넘게 상승했다.
AI는 드러켄밀러의 4분기 포트폴리오에서 여전히 지배적인 테마주였다. AI 열풍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는 팔로알토, 어도비, 아리스타 네트웍스 등을 신규 종목으로 편입시켰다는 점에서다. 그는 클라우드 네트워킹 솔루션 회사인 아리스타 네트웍스 주식 23만여주를 새로 매입해 자신의 4분기 포트폴리오에서 비중 변화율 기준으로 상위 매수 종목 3위에 올렸다. AI기반 보안 플랫폼 기업 팔로알토네트웍스와 어도비는 각각 6만4000여주, 1만7000여주 신규 매입했다.
데이터 저장장치 기업으로 AI 시장과 연관성이 큰 시게이트테크놀로지의에도 작년 3분기 처음 투자한 뒤 4분기에 연이어 120만여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보유 비중을 단숨에 3.22%포인트나 높여 엔비디아 콜옵션(7.23%포인트) 다음으로 크게 베팅했다. 오픈AI와 함께 생성형 AI 기술을 선도했던 마이크로소프트 주식도 6만8000여주를 더해 비중 12%의 2위 종목으로 높였다. 상장 전부터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 2090만주가량을 보유하고 있던 쿠팡에 대해서도 200만여주를 추가해 3위권에 안착시켰다.
드러켄밀러가 AI 다음으로 눈을 돌린 테마는 광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 세계 1, 2위 금 채굴 기업인 미국 뉴몬트와 캐나다 배릭골드에 새로 투자해 각각 47만주, 175만주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 점이 눈에 띈다. 2020년 처음 투자한 텍리소스 주식 보유량을 기존 400만여주에서 550만여주로 늘리기도 했다. 텍리소스는 캐나다 기반의 광산 운영 기업으로, 석탄 구리 아연 등 다양한 광물을 채굴하고 있다.
드러켄밀러는 지난해 비만 치료제 열풍을 이끌었던 일라이 릴리 지분 약 5만주를 매각해 일부 차익을 실현했다. 그래도 여전히 40만여주를 보유하고 있어 일라이 릴리는 그의 포트폴리오에서 (엔비디아 콜옵션 주식 제외) 7%의 비중으로 4위를 차지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는 비만약, 당뇨병 치료제 등으로 S&P 500에서 가장 가치있는 10대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AI 테마에 따라 작년 3분기 새롭게 올라탔던 알파벳(약 83만주)과 브로드컴(약 5만주)에서 1개 분기 만에 하차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2015년부터 꾸준히 투자해온 아마존은 잔여 지분 13만여주를 모두 청산했다. 지난해 초 처음 투자했던 중국 알리바바(30만여주)도 전량 팔아치웠다. 드러켄밀러의 듀케인이 보유한 총 주식 가치는 이 기간 동안 20% 이상 상승해 34억달러에 육박했다.
원/달러 환율이 20일 상승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4원 오른 1,337.6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장 대비 0.9원 오른 1,336.1원에 개장해 장 초반 한때 1,339.3원까지 오르는 등 줄곧 1,330원대 후반대에서 움직였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5년 만기를 연 4.20%에서 3.95%로 인하했다. 중국이 5년 만기 LPR을 인하한 것은 침체한 부동산 경기 살리기를 위해 유동성 공급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위안화가 강세를 보였지만, 원/달러 환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89.57원이다. 전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890.04원)보다 0.47원 내렸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스에 15억달러(약 2조원)가량의 보조금 지원 계획을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22년 반도체 법(Chips Act)가 제정된 뒤 세 번째 보조금 지원 대상을 공개했다. 1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지원사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텔,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기업도 보조금 수혜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미 상무부는 이날 미국 반도체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의 뉴욕주·버몬트주 신규 설비 투자 및 증설을 위해 총 15억달러를 지원하는 예비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최종 협약은 기업 실사를 거친 뒤 확정될 예정이다. 설비 투자 진행단계에 맞춰 지원금을 단계별로 투입한다.미국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주로 제너럴모터스(GM) 등에 자동차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이번 보조금을 통해 뉴욕주 공장을 증축해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을 확대할 예정이다. 버몬트주에선 5세대(5G) 및 6세대(6G) 이동통신용 반도체 설비를 미국 최초로 신축할 계획이다.미국 정부는 보조금을 비롯해 16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글로벌파운드리스에 제공할 방침이다. 공장 신축 프로젝트 예산은 총 125억달러에 달한다. 미 상무부는 이번 보조금 지원으로 향후 10년 동안 제조업 일자리 1500개, 건설 부문 일자리 9000개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생산량은 이전보다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카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이번 지원을 통해 생산한 반도체는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자동차 및 항공 산업 반도체 공급망에 안정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미국은 2022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법을 제정했다. △반도체 보조금(390억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달러) 등을 5년간 총 527억달러 지원하는 게 골자다.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반도체 법 첫 수혜 대상으로 영국의 방산업체 BAE 시스템즈를 선정했다. 공장 현대화에 35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자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에 1억 62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지원 물꼬를 트면서 삼성전자, 인텔 등도 보조금 혜택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이 제정된 뒤 지금까지 170여개 기업이 460개의 투자의향서를 미국 정부에 제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TSMC, 인텔, 삼성전자 등도 보조금 지원을 두고 협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TSMC, 인텔, 삼성전자가 미국에 구축하려는 설비는 이전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규모다"라며 "앞으로 6~8주 이내에 추가 발표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시장에선 반도체 법 지원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은 다음 달 초 공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내내 반도체 법을 주요 정책으로 밀어붙였다. 이 때문에 다음 달 7일 임기 마지막 국정연설에 나서기 전에 기업과의 협상을 끝내고 지원 대상을 발표할 것이란 예측이다.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수장 교체' 증감회 춘제 연휴에 잇단 좌담회…증시 부양 전력투구 중국 증시 감독기관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가 "시장 참여자들의 모든 제안, 비판까지도 주의 깊게 듣고 우려 사항을 즉각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우칭(吳淸) 신임 주석이 이끄는 증감회는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증감회는 "시장 상황이 복잡하고 심각할수록 조언에 더 귀를 기울이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증감회는 지난 18∼19일 자국 증시에 상장된 국내외 기업과 외국 투자기관들을 상대로 연이은 좌담회를 가진 뒤 성명을 내놓았다. 이는 최근 중국 증시는 물론 미국 증시 등에서 중국 기업의 가치가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나온 반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 당국은 2019년부터 5년간 재임해온 이후이만(易會滿)을 지난 7일 경질하고 우칭 전 상하이시 당 부서기를 증감회 신임 주석 겸 당서기로 임명한 바 있다. 1965년생인 우 신임 주석은 경제학 박사학위 보유자로 젊은 시절 증감회에서 공직 생활을 한 뒤 2010년대부터 상하이에서 구청장, 부시장, 당 부서기를 역임해왔다. 현재 20기 공산당 중앙 후보위원이기도 하다. 우 신임 주석은 상하이증권거래소 소장 시절 규정 위반으로 31개 회사를 폐쇄해 '브로커 도살자'라는 별명을 얻었는가 하면 불법행위에 대한 '무관용' 조치로 유명하다. 상하이증권보에 따르면 우 신임 주석은 취임 이후 춘제(春節·설) 연휴 기간에도 하루도 쉬지 않은 채 기업공개(IPO) 승인 강화, 배당금 지급 촉진, 금융 사기 단속 등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연구하는 데 주력했다. 이 신문은 증감회가 주식형 펀드에 대한 승인을 가속하고 더 많은 중장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당국의 이런 조치는 최근 자국 내 주요 주가지수가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투자자의 불안이 커진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국 당국은 근래 증감회를 통해 악성 공매도 단속, 주식대여 추가 제한 등 각종 대책을 내놓으며 증시 부양에 안간힘을 썼으나 신통치 않자 증감회 수장을 교체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증시 상황을 직접 챙긴다는 보도도 나온다. 증감회는 장관급(부장급)인 국무원 직속 기구로 중국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본시장을 감독 관리하고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