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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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해상풍력 개발업체 덴마크 외르스테드(오스테드)의 미국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미국의 해상풍력 산업 발전 계획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르스테드가 미국에서 추진했던 상당수 프로젝트가 좌초될 위험에 처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외르스테드가 앞으로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프로젝트를 취소하거나 일부 자산을 매각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손실을 감수해서라도 프로젝트를 무산시키는 게 낫다는 이유에서다.

외르스테드는 지난 1일 뉴저지주 해안에서 진행하던 2개의 대형 해상 풍력 프로젝트를 철수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국의 에너지 전환의 현실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이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주 사임했다.

외르스테드 주가는 올해 들어 이 회사 주가는 50% 넘게 빠졌고, 2021년 고점 대비로는 75% 추락했다. 최근 주가가 반등했지만, 10월 이후에만 약 16% 하락했다. 2021년에 외르스테드 주식을 매각한 픽셋자산운용의 마누엘 로사는 "우리는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야심으로 삼은 해상풍력 사업 전반에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을 통해 30GW 전력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외르스테드는 청정에너지 사업을 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최근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이 회사는 지난 분기에만 약 40억 달러(약 5조1460억원)의 손실을 냈다.

미국의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뒤흔든 가장 큰 요인은 고금리·고물가다. 해상풍력은 수주에서 완공까지 7∼8년이 걸리고 사업비도 수조 원대에 달한다. 물가상승으로 미국 내 인건비는 물론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다. 고금리로 자금조달 비용도 급증했다. 대기업이라고 해도 견디기엔 힘든 환경이었다.

외르스테드가 미국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한 게 문제란 지적도 나온다.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인 디파 벤카테스와란은 "돌이켜보면 미국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것이 가장 큰 실수"라며 "그들이 잘 아는 시장이 아닌데 과욕을 부린 셈"이라고 말했다.

외르스테드가 프로젝트를 취소하자 필 머피 뉴저지주 주지사는 "터무니없다"며 "회사의 신뢰성과 역량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비판했다. 뉴욕주 정부가 외르스테드에 지원한 3억달러의 보조금을 놓고 법정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도 나온다.

뉴저지 정부는 외르스테드의 철수에도 불구하고 해상풍력 사업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머피 주지사는 뉴저지주를 해상풍력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세금 인센티브 등을 지원해왔다.

당장 외르스테드의 모든 미국 프로젝트가 좌초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외르스테드는 로드아일랜드주 연안에 소규모 풍력 발전 단지를 건설했고, 뉴욕주 롱아일랜드 동쪽에 또 다른 풍력 발전 단지를 개발 중이었다. 지난달에는 로드 아일랜드와 코네티컷에 새로운 대규모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