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전쟁에 핀란드 가스관 파손까지…급등한 유럽 가스價 [원자재 포커스]
겨울철 난방 시즌을 앞두고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해 올해 3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전 세계 에너지 수급 타격 우려가 더해진 가운데, 최근 핀란드 가스관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유럽 천연가스 가격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 가격은 15% 급등한 메가와트시(MWh)당 53유로를 기록했다.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현재까지 상승폭은 30% 이상에 달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러한 가스 가격 추이는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변동성이 컸던 에너지 시장에 가장 최신 충격"이라고 전했다. TTF 가격은 2022년 8월 MWh당 300유로 이상으로 사상 최고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해 안정세를 이어왔다. 특히 유럽은 지난해 겨울 난방용 가스 수요 폭증에 대비해 가스 비축량을 대폭 늘려 추가 혼란을 막아왔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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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 다시 겨울이 다가오면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에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가스관 파손, 노동자 파업 등 가스 가격에 영향을 끼칠 이슈가 복합적으로 맞물리고 있다. 미국 에너지 대기업 셰브론은 지난 9일 이스라엘 해상에 보유하고 있는 타마르 천연가스전을 이스라엘 당국의 명령으로 폐쇄했다. 이후 이스라엘 당국은 이집트향(向) 가스 수출량을 줄였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상품 이코노미스트인 에드워드 가드너는 12일 고객용 메모에서 "가스 가격은 공급 감소로 인해 상승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향후 공급에 대한 위험"이라며 "아마도 더 큰 우려는 하마스-이스라엘 분쟁이 지역 분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타마르 가스전은 이스라엘의 연간 가스 생산량 200억 입방미터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이스라엘 가스 대부분은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소비되지만, 약 3분의1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집트 등 세계 시장으로 수출된다.

이는 유럽에 LNG 가스를 수출하는 중요 공급처다. 가드너 이코노미스트는 "타마르가 폐쇄되면 이스라엘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집트로 천연가스를 계속 수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이는 이집트가 글로벌 시장으로 LNG를 수출하는 물량이 계절적 소강 상태 이후에도 크게 회복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동 분쟁이 확대되면 이스라엘의 또 다른 주요 가스전인 레바논 인근 리바이어던 유전의 생산도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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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핀란드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잇는 해저 가스관 발틱커넥터가 사보타주(고의적인 파괴 공작) 피해를 입었다"며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9월에도 덴마크와 스웨덴의 해저를 지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1·2의 폭발 사고가 발생해 가스 가격 변동성을 부추긴 바 있다.

에너지 시장 정보 회사인 ICIS의 톰 마르젝 만저 가스 분석 책임자는 "발트해 파이프라인 누출의 지정학적 요인은 시장에 대한 가스 공급 손실 보다는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출 원인에 대한 명확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트레이더들 사이에 상당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셰브론이 호주에서 운영하는 액화천연가스(LNG) 공장인 고르곤, 휘트스톤 두 곳에서는 노동조합이 또 다시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히며 가스 공급 부족 리스크를 더하고 있다. 이 공장들은 전 세계 LNG 공급량의 7%를 담당하는 곳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