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보다 센 통화긴축 우려…분쟁에도 2% 하락 [오늘의 유가]
WTI 하루새 2% 급락
美 PPI 반등에 금리 인상 공포 확산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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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무력 분쟁에도 국제유가가 연이틀 하락세를 이어갔다.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며 원유 매도세가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공급 안정화를 약속하며 유가 하락 폭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48달러(2.88%) 하락한 배럴당 83.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 이어 연이틀 WTI 선물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2월물 북해 브렌트유 가격은 전장보다 1.83달러(2.1%) 내린 85.82달러를 기록했다.
전쟁보다 센 통화긴축 우려…분쟁에도 2% 하락 [오늘의 유가]
지난 9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의 여파로 WTI 선물 가격이 전 거래일 대비 4%가 치솟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하마스의 배후로 이란이 지목됐지만,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소식에 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는 평가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지도부도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을 예측하지 못했고, 이란까지 확전될 가능성이 작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분쟁에 휘말리지 않는다면 주요 원유 공급선인 호르무즈 해협도 봉쇄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1700만~1800만 배럴이 운송되는 원유 공급 거점이다. 이스라엘과 마찰을 빚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레바논 등은 원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다.

경기둔화에 대한 공포도 유가 하락세를 가파르게 했다. 이날 오전 미 노동부는 미국의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0.3%)를 웃돌았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2%로 5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생산자 물가가 상승하면서 미 중앙은행(Fed)이 다시 금리 인상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경기가 둔화하게 되면 원유 수요도 줄어든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공급 안정화를 공언하면서 유가 하락 폭이 더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원유 가격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중동 지역 및 국제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 이후 이라크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양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틀에서 세계 에너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성공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주 러시아 정부가 송유관을 통해 각 항구로 수송되는 경유 수출에 대한 금지 조치를 해제하면서 원유 공급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됐다. 지난달 21일 내수 시장 안정화를 위해 러시아는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임시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원유 중개업체 PVM의 애널리스트 타마스 바르가는 로이터에 "갑작스러운 감산에 대한 공포가 줄어들면서 국제 유가가 소폭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