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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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가격과 미국 국채 금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금값은 떨어지고, 국채 금리가 내리면 금값은 올랐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금값과 국채 금리 간 이 같은 ‘역의 상관관계’를 활용해 투자 결정을 내렸다.

최근 미국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가 상승하는데도 과거와 달리 금 가격이 견조한 이유를 두고 시장에서는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금 매입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금의 명목가격 자체가 올랐고 어두운 세계 경제 전망을 반영한 수요 증가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 값·금리 동반 상승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국채 금리와 금값 간 역의 상관관계가 올 들어 깨졌다”며 “금과 같은 귀금속 투자의 패러다임이 전환될지 시장이 주시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거 통계적으로 미국 국채 금리와 미 달러 가치가 오르면 금값이 떨어지고, 반대로 금리와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금값이 올랐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주지 않는 금의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서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는데도 금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TIPS 금리는 지난 21일 연 2.112%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TIPS 금리는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율을 차감한 값)다. 10년 만기 TIPS 금리는 올해 들어 0.5%포인트가량 올랐다.

금 현물 가격은 최근 트로이온스(31.1g)당 1920달러대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금 선물 12월물은 22일 트로이온스당 1945.6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금 선물 가격은 올해 들어 6% 이상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예전 같았으면 TIPS 금리가 오르는 동안 금 가격은 떨어졌을 것”이라며 “10년 만기 TIPS 금리가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21일 금 현물 가격은 0.5% 하락하는 데 그쳤는데, 과거 통계를 볼 때 매우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또 “과거 실질금리가 현재 수준이었을 때 금값은 지금의 절반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의 앤서니 새글림벤 수석 시장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금과 달리 현금으로는 이자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이같은 금의 특성을 감안하면 금리 상승기에도 금 가격은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 中 싹쓸이로 치솟은 금값

시장은 중국 인민은행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인민은행이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자산을 다각화하기 위해 금을 대거 매수하며 금 시세를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8월 인민은행의 금 보유량은 93만 트로이온스(약 29t) 늘며 보유량은 2165t이 됐다. 인민은행은 8월까지 10개월 연속 금을 사들였다.

중국이 위안화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금을 대량 매수하면서 금 가격이 상승했다는 해석이다. 중국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인도 등 브릭스(BRICS) 회원국을 중심으로 위안화 결제 시스템을 확대하려 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금 가격 전망은 엇갈린다. 인민은행을 제외한 다른 중앙은행들이 금 매수를 줄이고 있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각국 중앙은행의 공식적인 금 매수량은 103t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 최대치(458t)를 찍은 뒤 세 분기 연속 감소세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버그의 마르코 호스트 포트폴리오매니저는 “현재 금 가격은 적정가치에 비해 200달러가량 거품이 끼어 있다”고 했다.

금의 명목가격 자체가 올랐고,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비해 안전자산인 금 보유를 늘리려는 투자 수요가 여전하다는 관측도 있다. 마커스 가비 맥쿼리 이사는 “미국 경기가 둔화하면 내년 초 금 가격이 2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며 “각국의 재정 상태가 악화하고 있어 가치 저장 수단으로 금이 재부상할 수 있다”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