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개혁·개방 이후 45년간 고속 성장을 지속해온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올 들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부동산발(發) 신용위기까지 겹치면서 중국 경제가 ‘침체’를 넘어 ‘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시장의 공포가 커지자 기준금리를 2개월 만에 전격 인하하며 정책 대응에 나섰다.

인민은행은 21일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기존 연 3.55%에서 3.45%로 0.1%포인트 인하했다. 다만 주택담보 대출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LPR은 연 4.20%로 동결했다. 인민은행은 작년 8월 이후 동결해온 1년 만기와 5년 만기 LPR을 지난 6월 0.1%포인트씩 내린 바 있다.

인민은행이 두 달 만에 다시 1년 만기 LPR 금리를 인하한 것은 경기 부양을 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경제는 작년 말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에도 소비 부진이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더해 중국 1위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이 디폴트 위기에 빠진 이후 부동산업계에 도미노 부도 위기가 확산하고, 금융권으로 부실이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덩샤오핑(전 중앙군사위 주석)이 1978년 개혁·개방의 문을 연 뒤 45년간 이어진 중국 경제의 성공 신화가 부동산발 위기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이날 중국 주식시장은 일제히 하락했고, 위안화도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한 세기 동안 이어진 중국 경제 기적의 각본을 다시 쓰려고 한 시진핑의 노력이 엄중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신정은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