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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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위기설'에 휩싸인 미국 중소 지역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에서 1분기에만 예금이 133조원 넘게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퍼스트리퍼블릭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미국 은행권 위기가 지속될지 주목된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퍼스트리퍼블릭은 이날 뉴욕 증시 마감 후 실적 발표에서 올해 1분기 말 예금이 1045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 분기(1766억달러) 대비 40% 이상 감소한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1450억달러를 밑돌았다.

중요한 건 여기에 미국 대형은행들이 퍼스트리퍼블릭을 구제하기 위해 지원한 300억달러 예치금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제 퍼스트리퍼블릭에서 1분기에 빠져나간 예금은 1000억달러(약 133조5000억원)가 넘는다고 WSJ은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SVB 파산 사태 이후 퍼스트리퍼블릭은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을 겪었고, JP모간체이스를 비롯해 미국 대형은행 11곳은 지난달 16일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모두 300억달러를 예치금으로 지원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의 1분기 순이익은 2억6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3%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3% 감소한 12억달러 기록했다. 그나마 1분기 주당순이익(EPS)은 1.23달러로 시장 전망치(85센트)를 웃돌았다.

닐 홀란드 퍼스트리퍼블릭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성명을 통해 "대차대조표를 재구성하고 비용 및 단기 차입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직원 수를 20~25% 줄이고 임원 급여를 삭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퍼스트리퍼블릭 측은 "예금 흐름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우려는 커지는 모습이다. 퍼블릭리퍼블릭 주가는 이날 장 마감 후 거래에서 현지시간 오후 7시 6분 현재 22% 이상 폭락하고 있다.

지난주 대형은행의 실적 발표로 심각한 예금 인출 사태가 진정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퍼스트리퍼블릭의 성적은 더욱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자칫 대형 은행으로 예금이 더 이동한다면 중소 은행의 '뱅크런'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21일 US 뱅코프, 자이언스뱅코프, 뱅크오브하와이 등 11개 지역은행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무디스는 "최근의 사태는 은행들이 예금의 안정성, 운영 방식 등을 재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했다"고 분석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