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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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산업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 속에 화려하게 등장했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1년 만에 반의 반 토막이 났다.

미국 최초의 비트코인 기반 ETF인 ‘프로셰어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종목명 BITO)는 14일(현지시간) 9.81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41.86달러)와 비교하면 76% 떨어졌다.

BITO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상품이다. 미국의 ETF 전문 운용사 프로셰어즈가 만들어 작년 10월 19일 뉴욕증시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비트코인 현물을 직접 담진 못했지만 가상자산에 보수적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얻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초반 석 달 동안 한국의 ‘서학개미’도 이 종목을 3919만달러(약 515억원) 순매수하며 관심을 보였다. BITO는 발키리, 반에크 등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비트코인 선물 ETF를 출시하도록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BITO는 거래 시작 첫 주에 10억달러 이상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출발했지만, 1년 만에 투자자 돈 12억달러를 잃어 ‘역대급 데뷔 루저’가 됐다”고 평가했다. 1년 새 비트코인은 70% 폭락했는데 BITO의 하락 폭이 조금 더 컸다. 현물과의 가격 괴리가 불가피하고 롤오버(만기 연장) 비용 부담도 큰 선물 ETF의 특성 때문이다.

테라·루나 사건에 이어 FTX 거래소의 파산신청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비트코인 ETF의 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SEC는 블록체인업계의 숙원인 비트코인 현물 ETF나 이더리움 기반 ETF 등의 승인을 더 미룰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