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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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내내 부진하던 쿠팡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 보호예수 해제에 따른 차익 실현 물량 등으로 불안하던 수급이 안정되면서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럿이지만 주가가 악재를 반영해온 만큼 장기 투자로 접근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달 새 12% 반등한 쿠팡 주가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쿠팡 주가는 최근 1개월간 12.17% 상승했다. 지난 23일엔 2.51% 오른 30.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35달러)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6개월로 보면 주가는 20.97% 떨어졌다. 사상 최저가는 25.06달러다.
쿠팡, 한달새 13% 반등…주가 바닥 찍었나
그동안 쿠팡 주가를 짓누른 건 보호예수 해제에 따른 수급 불안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었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수익성 개선세가 포착되지 않으면서 실망 매물이 나왔다. 보호예수 해제 물량은 9월 7일부터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쿠팡, 한달새 13% 반등…주가 바닥 찍었나
9월 7일자로 풀린 6개월짜리 보호예수 물량이 전체 지분의 83%에 달했다. 소프트뱅크의 SB펀드가 36.4%, 그린옥스캐피털, 메버릭캐피털, 블랙록, 모건스탠리 등이 주요 주주다. 우려했던 만큼 주가가 크게 빠지진 않았다. 보호예수가 풀린 뒤에도 주가는 20달러대 후반 박스권에 머물러 있었다. 8월 내내 악재를 선반영한 영향이 컸다.

이후 수급도 안정을 찾고 있다. 쿠팡의 하루평균 거래 주식은 2분기에 446만 주에서 보호예수 물량 해제가 있었던 3분기 873만 주로 급증했다. 4분기에는 23일까지 하루평균 762만 주로 전 분기 대비 줄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관투자가들이 쿠팡의 흑자 전환 등 장기적 관점에서 기대할 게 더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적자폭 축소가 관건

쿠팡은 아직 적자 기업인 만큼 주가수익비율(PER)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적자 상태인 성장 기업에 적용하는 주가매출비율(PSR)로 주가 수준을 따져봐야 한다. PSR은 과거 미국 아마존처럼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과정에서 매출은 많지만 수익은 아직 나지 않는 기업을 평가할 때 쓰인다.

쿠팡은 상장 당시 PSR이 2.5배에 달했다. 최근엔 내년도 매출 기준 PSR이 2배 이하로 떨어졌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아마존이 프라임 서비스를 본격 시작한 2006~2007년 평균 PSR이 2.1배였다.

증권업계에서는 쿠팡이 적자폭을 줄여가면서 밸류에이션을 점차 정당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과가 나타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면 주가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며 “쿠팡이 온라인 시장 재편을 주도하는 기업임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쿠팡이 내년 1분기에 수익성 개선과 주가 반등을 위한 호재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유통시장 점유율 확대

장기적으로 보면 주가가 매력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외관상 보이지 않는 수익성 개선 흐름이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로켓프레시와 쿠팡이츠 등 신규 투자 비용을 제외한 유통사업에서 쿠팡은 3분기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 사업의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얘기다. 3분기 거래액은 약 8조92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온라인 유통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동기보다 4.2%포인트 늘어난 18.5%다. 쿠팡 활성이용자가 지난해 3분기보다 20% 증가한 1682만 명에 달한 영향이 컸다. 코로나19로 인한 역기저 우려를 잠재우는 수준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규 사업 비용을 기존 사업으로 극복할 사업 구조를 보일 필요가 있다”며 “영업손실 축소가 나타나면 주가는 본격 반등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널리스트들의 주가 전망도 나쁘지 않다. 쿠팡의 목표주가 평균은 34.1달러로 현 주가보다 12.8% 상승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최고 목표주가는 52달러, 최저는 28달러다. 지난 8월 다이와증권 이후 목표주가를 내놓은 곳이 없다. 주가가 빠져도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지 않았다. 주가 반등 흐름이 이어지면 목표주가도 따라 오를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