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게리 겐슬러 위원장이 “기업 임원들의 내부자 거래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뉴욕증시 상승세와 맞물려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 임원들의 주식 매도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1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개했다. 우선 주식 등 자산 조정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120일간의 숙고(cooling-off) 기간을 갖도록 제안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야 나델라,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은 올해 1~11월에만 690억달러어치 주식을 매도했다. 역대 최대다. 시장조사 기관인 인사이더스코어·베리티에 따르면 뉴욕증시 상장기업 내부인들의 지분 매도액은 지난 10년 평균치보다 79%, 작년보다는 30% 많았다.

겐슬러 위원장은 “기업 CEO 등이 내부자 거래 관련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감독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관련 규정에 따르면 기업 임원 등 내부인들이 사전에 자산 변동 계획을 미리 공지하기만 하면 일종의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다. 언제 또 어떤 방식으로 주식을 매도할지를 밝히면 된다.

겐슬러 위원장은 “내부자 관련 규정을 명시하고 있는 교환법 조항(Exchange Act Rule 10b5-1)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내부인들이 자산 변동 계획을 발표한 뒤 120일동안 (실제 집행하지 않고) 냉각 기간을 갖고, 자사주의 경우 30일간 숙고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올 들어서만 25%가량 상승했다.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면서 주요 기업 임원들이 주식을 역대 최대치로 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올 들어서만 25%가량 상승했다.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면서 주요 기업 임원들이 주식을 역대 최대치로 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겐슬러 위원장은 또 중복되는 거래 계획을 막고, 12개월마다 한 번씩만 자사주 매도 등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지금은 기업 내부인들이 여러 건의 자산 변동 계획을 동시에 내놓은 뒤 최적의 시점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며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구체적인 정보를 가진 채 사고 파는 내부인 거래가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지난 20년간 내부자 거래 규정에 대한 우려를 수없이 들어왔다”며 “새로운 규정은 내부자들의 주식 거래가 비공개 정보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걸 확실히 하자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