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 갈 때 신분증 챙기세요 > 20일부터 시행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에 따라 병·의원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를 받을 때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이솔 기자
< 병원 갈 때 신분증 챙기세요 > 20일부터 시행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에 따라 병·의원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를 받을 때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이솔 기자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환자 곁을 떠난 지 3개월이 됐지만 여전히 상당수가 의료현장을 외면하고 있다. 전문의 면허 취득을 위해 1년간의 수련기간을 인정받으려면 공백이 3개월을 넘어선 안 된다. 정부가 3개월째 되는 때를 ‘마지노선’으로 여긴 이유다. 일각에선 ‘결국 정부가 구제해줄 것’이란 학습효과가 사태 악화의 또 다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대답 없는 전공의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전국 주요 100개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는 617명이다. 이들 병원 전공의 1만3000여 명의 5%에 불과하다. 지난 2일에는 590여 명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대다수가 복귀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전공의 집단사직이 시작된 것은 올 2월 19일께부터다. 2월 20일 기준 전공의 8816명이 사직서를 내고 7813명이 환자 곁을 떠났다.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전공의 다수는 여전히 다같이 ‘단일대오’로 버티면 된다고 여기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교육수련부 등에 연락해 다른 전공의는 어떤지 등을 파악하는 움직임은 있다”며 “일부 1년 차 사이에선 올해 3월 시작된 ‘봄턴’은 무더기 결원이 예상되니 9월 시작하는 ‘가을턴’에 다른 인기과를 노리겠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공의 수련 규정에 따라 내년 전문의 면허 시험을 앞둔 3~4년 차 레지던트는 근무지를 3개월 넘게 이탈해선 안 된다. 추가 수련 기간이 3개월을 넘으면 내년이 아니라 후년 전문의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저연차 전공의도 1년씩 전문의 취득 시점이 미뤄진다. 일각에선 휴가·휴직 등으로 비운 1개월은 추가 수련이 필요 없다는 규정을 들어 ‘다음달 20일이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이런 사유에 집단사직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처벌 시점 저울질하는 정부

다만 한두 명 복귀가 늘면 젊은 층 특유의 ‘공정’ 가치가 훼손됐다고 판단해 댐이 무너지듯 우르르 돌아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나만 손해 볼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주변 동기나 늦게 입학한 후배보다 커리어가 뒤처지게 되면 못 견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가 전공의 처벌을 유예하고 수차례 ‘최후통첩’이라고 말만 앞세운 게 독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태도 탓에 ‘정부가 결국 구제책을 마련할 것’이란 여지만 남겼다는 것이다. 의료계 안팎에서 정부가 처벌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음달께 처벌에 돌입할 것이란 구체적 시점도 거론된다. 정부가 전공의 이탈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의료체계 새판 짜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정부는 3월 발표한 처분유예 조정 방향 등에 대해 곧 새 여당 지도부와 논의할 계획이다. 전공의가 장기간 대거 이탈했을 때 국내 의료 인력 수급에 미치는 영향 등도 파악에 나섰다.

탕핑 두고도 갑론을박

전공의 집단행동인 ‘탕핑’을 두고 의료계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지난 18일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측 법률대리인 이병철 변호사는 전공의들을 ‘유령’에 빗대며 “의대 소송에 가장 소극적이고 비협조적”이라고 질타했다.

다른 쪽에선 집단행동을 지원하는 목소리도 계속됐다. 전의교협은 20일 성명을 내고 “내년도 의대 증원은 일단락된 게 아니다”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승인과 모집요강 발표를 멈춰달라”고 했다. 법원에 남아 있는 민사·행정 재판이 모두 마무리될 때까지 정부가 정책을 추진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 비판 수위를 높였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정부가) 군사작전하듯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 측에서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현/황정환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