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아이오닉5./사진=현대차
더 뉴 아이오닉5./사진=현대차
전기차 수요 정체 여파로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 가격을 동결하고 있다. 자동차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을 때 가격을 올려받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내연기관차보다 가격대가 높은 전기차 선호도가 예전만 못한 상황이라 기능이 개선된 신차도 가격을 올려받지 않는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의 부분변경 신형 모델인 더 뉴 아이오닉5와 더 뉴 EV6를 각각 출시했다. 두 모델 모두 첫 차가 출시된 지 약 3년 만에 출시된 신차다.

더 뉴 아이오닉5와 더 뉴 EV6의 가장 큰 변화는 1회 충전시 주행 가능 거리가 늘었다는 점이다. 전기차 배터리 용량은 늘어났음에도 급속 충전 속도는 종전 모델과 동일해 실질적 기능이 개선됐다.

구체적으로 더 뉴 아이오닉5는 84kWh의 4세대 배터리가 탑재돼 1회 충전시 주행 가능 거리가 기존보다 27㎞ 늘어났지만 350kW급 급속 충전 속도는 18분으로 동일하다. 더 뉴 EV6도 84kWh의 4세대 배터리 탑재에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가 기존보다 19㎞ 늘었다. 350kW급 급속 충전 속도 또한 더 뉴 아이오닉5와 동일하다.

전기차 구매에서 큰 '걸림돌'로 지목된 충전 시간과 주행 가능 거리 두 가지를 모두 잡고서도 가격은 기존과 동일하게 책정됐다. 더 뉴 아이오닉5와 더 뉴 EV6의 시작가는 5240만원, 5540만원이다.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실구매가는 이보다 더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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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수요 정체에..."신형도 가격 그대로"

현대차와 기아가 선제적으로 부분변경 신형 전기차의 가격을 동결한 이유는 국내 전기차 수요가 부진한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4월 전기차 신차 등록 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4% 떨어진 1만275대를 기록했다. 통상 4월은 정부와 지자체의 전기차 보조금이 책정된 이후 대기 수요가 점차 빠지고 실질 수요가 반영되는 시기로 본다. 보조금이 확정돼 한참 팔려야 되는 타이밍인데 생각보다 전기차가 안 팔리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아이오닉5와 EV6는 테슬라 모델Y에 이어 전기차 판매량 2·3위를 다투는 주력 모델이었던 만큼, 확실히 국내 전기차 판매 분위기가 시들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오닉5는 올해 1~4월 전년 동기 대비 36.3% 줄어든 3704대, 같은 기간 EV6는 67.4% 급감한 2495대 판매에 그쳤다.

이러한 전기차 수요 정체 해소를 위해 현대차와 기아가 신형 전기차 가격을 그대로 유지해 가격 경쟁력를 확보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나올 부분변경 신형 전기차도 가격 동결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를 더 끌어올리려면 일단 내연기관보다 비싼 가격을 내리는 게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부분변경 신차 가격 동결도 같은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