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와 영국, 스위스가 22일 동시다발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튀르키예는 물가 폭등에도 금리를 인하하던 기존의 ‘역주행 경제정책’을 뒤집고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했다. 영국도 물가가 잡히지 않자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세계적으로 ‘끈적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자 침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물가 단속에 고삐를 죄는 모양새다.
튀르키예, 6.5%P 금리인상…영국도 '빅스텝'

◆에르도안, 역주행 경제 ‘정상화’ 신호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연 8.5%인 기준금리를 연 15%로 인상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전망이 크게 개선될 때까지 시의적절하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통화긴축을 강화할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년3개월 만이다. 그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살인적인 물가 상승에도 금리를 내리는 ‘역주행’ 경제 정책을 고수해 왔다. “금리를 낮춰야 물가가 잡힌다”는 이유를 댔지만 실상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단기적으로 화폐 가치가 낮아져 수출에 유리해지고 시장에 돈이 풀려 경제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재선에 성공하면서 이런 경제정책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시장친화적인 인물로 평가받는 메흐메트 심셰크 재무장관과 히피즈 가예 에르칸 중앙은행 총재를 임명한 것은 그 신호탄이라는 평가다. 다만 금리 인상 폭은 시장 전망치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튀르키예 중앙은행이 금리를 연 21%까지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英 기준금리,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이날 영국중앙은행(BOE)도 기준금리를 연 4.5%에서 연 5%로 인상했다. BOE는 통화정책위원회에서 위원 7명이 찬성(반대 2명)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준금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화정책위는 금리 인상 결정에 대해 “최근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영국 통계청은 5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8.7% 올랐다고 발표했다. 전문가 전망치인 8.4%보다 높은 수치다.

스위스 중앙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에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긴축을 시작한 뒤 이번까지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이다. 스위스 기준금리는 2002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성명에서 “중기적으로 물가 안정을 위해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파월, 재차 “기준금리 두 번 인상”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미국 중앙은행(Fed)도 두 차례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재차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21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위원회 반기 통화정책보고에서 “투자자와 소비자들은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Fed가 이달 FOMC 회의 이후 공개한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연 5.6%였다. 현재 수준인 연 5.0~5.25%에서 연내 0.25%포인트씩 두 차례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이날 “경제가 예상대로 돌아간다면 두 차례 인상이 꽤 정확한 예측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엽/노유정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