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부터 암호화폐 시장은 주식시장의 흐름과 같이 움직이는 '동조' 현상이 뚜렷했다. 기술주 위주로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암호화폐 가격도 하락세가 이어졌던 것이다. 주식을 대체할 투자처로서 암호화폐의 매력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왔던 배경이다.

지금은 상황이 또 바뀌었다. 암호화폐가 오히려 주식시장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전문매체 CNBC는 “암호화폐 매도세는 주식시장에 악재가 될수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밤중 암호화폐 가격이 떨어지면 다음날 아침 주식시장이 열렸을 때 투자자들이 매도 포지션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CNBC에 따르면 투자자문사인 MKM파트너스는 “암호화폐 시장은 자본시장의 전반적인 건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비트코인 가격은 주식시장의 위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됐다”고 분석했다.

13일 오전 2만8000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10시경 2만3000달러대까지 급락했다. 이날만 13.4% 급락하면서 2020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7일 사이 20% 이상 떨어졌다. 이날 암호화폐 시장의 시가총액은 2021년 이후 처음으로 1조달러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암호화폐 시장과 마찬가지로 주식시장도 매도세가 뚜렷하다. 다우지수는 최근 11주간 중 주가가 올랐던 때가 단 한 주(周)에 불과하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최근 10주간 단 한 주만 상승 국면에 있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을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암호화폐 시장과 주식시장 모두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게 CNBC의 분석이다.

암호화폐 시장이 주식시장의 흐름을 예고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앞으로의 주식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비트코인 가격이 2만달러 밑까지 떨어질 것이란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JC 오하라 MKM파트너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매수자들 상당수가 여전히 매도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1만9500달러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존 스톨츠푸스 오펜하이머자산운용 수석 전략가는 “중국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세계 규제당국이 비트코인의 잠재적 위험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의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밝혔다.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를 이용했거나 이용을 희망하는 인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이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향후 6개월 이내에 암호화폐나 디지털 자산을 매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6개월 관련 자산을 매수했다고 밝힌 응답자의 비율도 90%였다. BofA는 “암호화폐 자산의 급격한 조정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굳건하다”고 분석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