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제품을 소개하는 모습. 대만계 미국인인 그는 1993년 엔비디아를 창업했다. /한경DB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제품을 소개하는 모습. 대만계 미국인인 그는 1993년 엔비디아를 창업했다. /한경DB
엔비디아 주가가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올해 200% 넘게 폭등했지만,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오히려 연중 최저로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엔비디아 주가가 추가 상승할지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엔비디아의 12개월 선행 주당수익비율(PER)이 33배로 집계됐다고 금융 정보 업체 레피니티브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일주일 전 46배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다. 2022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선행 PER은 앞으로 1년간 예상 주당순이익(EPS)을 현재 주가로 나눈 것을 말한다. 주가가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는지 볼 수 있는 지표다. 선행 PER이 낮아진 건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얘기다.

엔비디의 실적 전망치가 높아지면서 선행 PER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한 엔비디아의 EPS는 7월 말에만 해도 회계연도 2024년(올해 2월~내년 1월) 기준 7.95달러였지만 최근엔 10.60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엔비디아의 회계연도 2025년 EPS 전망치는 같은 기간 11.53달러에서 16.51달러로 높아졌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2024년 회계 연도의 엔비디아 매출이 전년보다 두배 가까이 오른 53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20억달러로 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1.78% 상승한 468.35달러로 마감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연초보다는 3배 넘게 오르면서 투자가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엔비디아가 깜짝 실적을 발표한 지난 23일 이후 주가는 1%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엔비디아가 더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엔비디아 역시 자사의 주가 상승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엔비디아는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25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엔비디아 주가 더 뛸까…PER 연중 최저 '저평가'
다만 선행 PER이 낮아졌다고 해서 엔비디아 주가가 반드시 상승한다는 보장은 없다. 엔비디아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으로 반도체 생산 대부분을 대만 반도체 생산업체인 TSMC에 의존하고 있어 생산성이 걸림돌이다.

애플을 비롯한 TSMC 주요 고객인 다른 업체들도 반도체를 주문을 늘리고 있다. 이에 TSMC가 엔비디아의 주문 물량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벤치마크 리서치의 코디 애크리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로 제시한다"면서도 "TSMC에 대한 의존도 때문에 엔비디아가 원하는 만큼 첨단 반도체 칩을 판매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수요가 느는 것 뿐 아니라 실제 인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