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자이자 ‘왕년의 채권왕’(bond king)으로 불렸던 빌 그로스 핌코 공동 창업자가 “미 인플레이션이 머지 않은 시점에 3~4% 수준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미 국채 선물을 매도(숏 포지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로스는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갖고 “현재 2%를 밑돌고 있는 물가 상승률이 향후 이 수준을 크게 웃돌 것”이라며 “3~12개월 내 3~4%의 숫자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1.7%(전년 동기 대비)로, 전달(1.4%) 대비 많이 뛰었으나 단기간 3~4%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 건 이례적이다.
미국 국채 금리 움직임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래프는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미국 국채 금리 움직임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래프는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그로스는 “1조9000억달러의 코로나 구제법안과 함께 대규모 인프라 투자 법안이 예고되고 있다”며 “상당한 규모의 재정 지출 속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갈수록 세질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로스는 “3~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이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통화 완화적인) 정책을 중단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 120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채권 매입과 초저금리 정책 기조를 조기에 수정할 수 있으리란 관측이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월가의 대표적인 분석가들이 10년 만기 국채 금리 전망을 속속 상향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연 1.62%로, 전날과 같은 수준으로 마감했으나 상승 압력이 내재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이자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핌코 창업자.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이자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핌코 창업자.
한편 Fed는 이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개시했다. FOMC는 17일 오후 2시(한국시간 18일 오전 3시) 현재 경기에 대한 진단과 함께 향후 정책 방향을 공개한다.

파월 의장은 같은 날 오후 2시 30분 화상 브리핑을 열고 FOMC 정책 기조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 회사인 핌코를 창업했던 그로스는 “올 1월 게임스톱 주가 급등 시기에 공매도 전략을 활용해 1000만달러의 수익을 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다만 “너무 일찍 들어가는 바람에 한동안 고전했다”며 “게임스톱의 공매도 투자를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