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인공지능(AI) 열풍이 전력인프라와 에너지주로 옮겨붙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AI 구동에 필요한 부품·장비주가 주목받았다면 이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AI 전쟁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전 산업군에 AI가 적용되면 결국 핵심 인프라에 따라 AI 성능과 활용 범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에 부상할 기업들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그래픽=이정희 기자
그래픽=이정희 기자

전기 먹는 하마 AI…관련 인프라 ETF 순항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30년 AI가 전 세계적으로 소비할 전력량은 1110.3테라와트시(TWh)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예상치인 87.9TWh의 약 13배에 달한다. AI를 학습시키고 운영하는 데 필수적인 데이터센터가 글로벌 전력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2.3%에서 2033년 10.8%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 구글 검색이 건당 0.3와트시(Wh)를 소모하는 반면 챗GPT는 구글 검색의 10배인 2.9Wh를 소비한다. 이뿐만 아니라 AI에 각종 이미지 생성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텍스트 생성 대비 60배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AI에 대한 관심은 운영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기업과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ETF가 성과를 내고 있는 배경이다. 미국 시장에 상장된 ‘어댑티브 셀렉트 ETF’(ADPV)의 3개월 수익률(10일 기준)은 16.9%, 6개월 수익률은 38.2%에 달한다. 이 상품은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혀줄 냉각장치를 공급하는 버티브홀딩스(비중 6.9%), 전기와 천연가스를 판매하는 비스트라에너지(6.8%) 등 미국 기업을 담고 있다.

비슷한 국내 ETF로는 ‘KoAct 글로벌기후테크인프라액티브’가 있다. 최근 3개월간 22.9%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 전력관리 기업 이튼(비중 8.0%), 인프라 솔루션 기업 콴타서비스(6.4%), 한국의 전력기기 업체 일진전기(2.2%) 등 관련 종목에 다양하게 투자하고 있다. 미국 유틸리티 기업을 담은 ‘KODEX 미국S&P500유틸리티’ 또한 3개월간 23.4% 수익을 올리며 순항 중이다.

우라늄·SMR 등 원전 밸류체인도 주목

AI 밸류체인은 전력인프라뿐만 아니라 전력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료인 에너지로 확대되고 있다. 에너지종목 중에서도 원자력발전 관련 종목이 AI 수혜주로 떠올랐다.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로는 막대한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올 들어 탄소배출권과 신재생에너지 관련 ETF 수익률이 20% 이상 하락한 가운데 원전 관련 종목은 오름세다. 미국 최대 원전 운영업체인 컨스텔레이션에너지는 최근 3개월 동안 주가가 63.4% 급등했다. 또 다른 원전 운영사 도미니언에너지는 같은 기간 18.2% 수익률을 기록했다. 자연히 원자력발전의 원료인 우라늄 관련주에도 투자자의 관심이 모인다. 세계 최대 우라늄 광산업체 카메코는 3개월 수익률이 18.5%에 이른다.

원전 관련 기업에 골고루 투자하는 ETF도 비교적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미국 시장에 상장된 ‘레인지 뉴클리어 르네상스 ETF’(NUKZ)가 대표적이다. 이 ETF는 카메코(11.2%), 컨스텔레이션에너지(9.9%), 센트러스에너지(3.2%) 등 다수의 원전주에 투자한다. 3개월 수익률은 29.9%에 달한다.

증권가에선 향후 AI 데이터센터에 적합한 전력공급원으로 여겨지는 소형모듈원전(SMR) 관련 종목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SMR은 전기가 필요한 곳에 바로 설치할 수 있는 ‘미니원전’으로 송전망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등이 SMR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았다. 최근 관련 종목 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SMR 개발기업인 뉴스케일파워 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117% 급등했다. SMR 관련 종목에 분산 투자하고 싶다면 뉴스케일파워 등을 담은 ‘레인지 글로벌 코얼 ETF’(COAL)와 ‘KBSTAR 글로벌원자력iSelect’ ETF를 사면 된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MR은 초기 단계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AI 시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