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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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보복 공습을 받은 이스라엘이 재보복 시기와 수위를 고심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야당 국민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의 3인을 주축으로 하는 전시내각은 14일(현지시간) 오후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는 3시간 동안 열렸지만 대응방안에 관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조만간 전시내각 회의를 재소집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상당수 각료가 보복 공격에 일단은 찬성하면서도 대응 시기와 강도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초 전시내각 회의에서는 대응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네타냐후 총리가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한 직후 해당 안건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회의 내용이 구체적인 대응방안보다 재보복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는 데 방점을 뒀다는 전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 지도부는 중동을 전면적인 분쟁으로 몰아넣지 않으면서 어떻게 보복하느냐에 관해 고심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이란 전문가 라즈 짐트는 "이스라엘이 대응 수위를 정할 때는 미국의 입장, 대이란 보복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의 작전 수행 능력에 미치는 영향 등 2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얄 훌라타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스라엘의 셈법은 국제사회의 대응 수위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란의 이번 공습에 (국제사회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은 더 강경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타미르 헤이만 전 이스라엘 군사정보국장은 "이스라엘의 방공망이 350발이 넘는 이란의 자폭 드론을 99% 이상 요격해 대량 피해를 막은 덕분에 우리는 대응을 고민할 시간이 늘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이 문제에 명확성을 줘서는 안 되고 상대방(이란)이 불확실성 속에서 고통받도록 둬야 한다"며 "시간은 우리가 현명하게 계획하고 행동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우리 손에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정국이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뒤 가자지구에서 6개월째 전쟁을 이어오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당시 하마스의 기습을 막지 못한 데다 이후에도 인질 대부분이 여전히 억류돼 있다는 점에서 안보 실패의 책임자로 비난을 받고 있다.

미 싱크탱크 센추리재단의 정책 연구원 달리아 셰인들린은 "과거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짧고 제한적인 전쟁을 선호하는 등 상황을 악화시키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문제는 지난해 10월 7일이 판도를 바꿨다는 데 있다"고 했다. 국내 정치적 상황이 그의 향후 행보를 예단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스라엘 극우 연립정부 내 주요인사들은 신속한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제 우리는 (이란에 대한) 치명적 공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2년 12월 네타냐후 총리가 재집권하는 데 도움을 준 공로를 내세워 강경 노선을 압박하고 있는 인물이다. 집권여당 리쿠드당 내에서도 "이란을 공격하지 않고 흘러가는 매 순간이 비극"이라는 등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국제사회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전쟁으로 3만3000여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 피해를 낳았다는 점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대 우방인 미국조차 지난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기권하는 방식으로 가자지구 휴전 결의안이 채택되게 만들었다. 이란 공습 이후에도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가안보소통보좌관 등이 연일 "확전을 부를 재보복을 자제하라"며 이스라엘에 경고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4일 중동 지역의 외교장관들과 잇달아 유선 협의를 통해 '확전 방지'를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