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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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석유 시장이 극도로 경색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022년부터 감산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시장에 대한 통제권을 확실히 되찾았다는 진단이다. 주요 산유국인 멕시코는 국내 공급을 우선하기 위해 5월에도 원유 수출량을 대폭 줄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 시타델의 세바스찬 배락 원자재 책임자는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주최한 원자재 서밋에 참석해 "OPEC+의 시장 지배력이 다시 공고해졌다"며 "이로 인해 고유가가 유지되고 올해 하반기 석유 시장은 매우 타이트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타델은 지난해 원자재 거래로 큰 수익을 거둬 가장 성공한 헤지펀드로 선정됐다.

그는 "미국 원유 생산업체들은 생산량을 늘려서 고유가 호재에 편승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이 보여주는 절제력에 의해 OPEC+의 입지가 강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OPEC+가 (추후에도) 공급을 방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시장에 매우 제약적인 수준의 긴축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높은 가격에 의한 수요 둔화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OPEC+는 2022년 11월부터 자발적 감산을 이어오고 있다.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평균 약 530만 배럴이 줄었다. 이는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5% 가량이다. OPEC+는 미국, 캐나다 등 주요 산유국들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면서도 감산 기조를 유지했다.

이에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올라서면 OPEC+ 산유국들이 시장 점유율의 추가 잠식을 피하기 위해 감산 기조를 완화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배락 책임자는 "이때 OPEC+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석유 시장이 엄청난 변동성을 경험할 수 있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해 시장을 더욱 긴축시키고 유가를 자극할 수 있는 반면, 공급량 방출의 시기와 규모를 오판해 지금 유가보다 30달러 가량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멕시코의 국영 석유기업 페멕스가 5월에도 원유 수출량을 하루평균 최소 33만 배럴 줄일 계획"이라며 "이로 인해 미국, 유럽 및 아시아의 고객사들에 대한 공급량이 3분의 1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페멕스는 작년에 일평균 103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고 올해 1∼2월에도 94만5000 배럴을 해외에 판매했다.

페멕스의 수출 제한은 멕시코 내 휘발유와 경유 공급을 늘리겠다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계획과 맞닿아 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비싼 연료를 수입하는 구조에서 벗어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2018년 대선에 당선됐다. 멕시코는 오는 6월 2일 대선을 치른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