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발생한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동체 구멍 사고’로 보잉의 최대 경쟁사인 유럽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의 실적 전망에 청신호가 켜졌다. 보잉의 신뢰도 하락과 여행 수요 회복에 대응해 주요 항공사들이 에어버스로부터 항공기 주문을 늘리고 있어서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이 컸던 에어버스는 올해 팬데믹 직전 실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어버스, 보잉 시가총액 역전

보잉 시총 넘어선 에어버스 "올 실적 청신호"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보잉과 에어버스의 시가총액 격차는 역대 최대치로 벌어진 상태다. 5년 전인 2019년 초만 하더라도 보잉의 시총은 에어버스의 두 배가 넘었지만, 이날 종가 기준 에어버스의 시총은 1318억유로(약 1420억달러)로 보잉(1147억달러)보다 약 270억달러 많았다. 에어버스는 지난 1년간(2023년 4월 3일~올해 4월 2일) 주가가 33.5% 급등한 반면 보잉은 같은 기간 12.7% 하락했다. 특히 1월 5일 알래스카항공 소속 보잉 ‘737 맥스9’ 여객기가 공중에서 동체에 큰 구멍이 뚫려 비상 착륙한 사고 여파로 보잉 주가는 올 들어 이날까지 25.3% 떨어졌다.

737 맥스 라인은 에어버스 ‘A320 네오’의 직접적인 경쟁 라인이다. 맥스9 사고 이후에도 보잉 항공기 사고가 잇따르자 데이브 칼훈 보잉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지난달 25일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에어버스 반사이익 기대

시장에서는 보잉의 대혼란을 틈타 후발주자인 에어버스가 약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에어버스는 보잉(1916년 설립)의 독주를 막기 위해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합작해 1969년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에어버스의 신형 비행기 주문 대수는 2319대로 직전 최대치(2014년·1796대)는 물론 보잉(1456대)보다 1.6배 많았다. 1~2월 인도량도 에어버스(79대)가 보잉(54대)을 앞질렀다. 광동체 항공기(항공기 내부 복도가 두 개인 항공기) 시장에서는 여전히 보잉이 앞서고 있지만, 에어버스의 A320 네오와 같은 단일통로 항공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보잉보다 많은 수주량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항공 수요 확대로 대규모 수주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인도 최대 항공사 인디고는 에어버스에 A320 패밀리 기종 500대를 주문했다. 상업용 항공기의 단일 구매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에어 인디아(250대), 터키항공(220대), 영국 이지젯(153대) 등도 주문을 넣었다.

보잉의 맥스 10 항공기를 대체할 항공기를 찾던 유나이티드항공홀딩스는 에어버스의 A321 네오를 선택했다. 보잉의 단일통로 항공기를 사용했던 일본항공은 처음으로 A321 네오 제트기를 주문했다. 미국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는 “제조업체를 다변화하려는 항공사의 노력은 (에어버스가) 더 많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팬데믹 부진 탈출

에어버스는 매출의 약 70%를 여객기에서 낸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 유의미한 실적을 기록할 수 있을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에어버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714억유로로 예상된다. 팬데믹 직전이었던 2019년 매출(704억유로)을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업이익은 59% 불어난 69억유로로 추정된다.

다만 주문이 몰리다 보면 항공기 인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에어버스가 생산량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세계 항공사의 주문량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관측이다.

크리스토프 메나드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에어버스에 대해 목표주가를 186유로로 설정하면서도 공급망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만성화된 배송 지연과 부품 부족은 잠재적 리스크”라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