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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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농수산물 가격을 낮추기 위해 유통 단계를 줄여 유통비용을 10% 이상 줄인다. 성과가 부진한 도매법인을 시장에서 퇴출하고 유통 단계를 최소화한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 규모를 2027년까지 5조원 규모로 키울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1일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최근 고물가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 복잡한 유통 과정과 과도한 마진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가격의 49.7% 수준인 유통비용을 10% 이상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도매법인 성과 평가...신규법인 공모제로 선정

정부는 도매법인 간 경쟁을 촉진해 도매시장 공공성과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기존 도매법인에 대해서는 5∼10년의 지정 기간이 만료되면 성과를 평가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고, 신규 법인은 공모제로 선정하기로 했다.

특히 성과가 부진한 법인의 경우 지정 기간 중에도 지정 취소를 의무화하도록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지금도 임의로 법인 지정을 취소할 수 있으나 1976년 법 제정 이후 지정 취소된 법인은 모두 6곳에 그쳤다.

가락시장 내 일부 법인에 대해서는 거래 품목 제한을 없애 법인 간 수수료와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시장 규모에 맞는 법인 수 기준을 마련해 지방자치단체의 신규법인 지정을 의무화하고 연구용역을 줘 9개 중앙도매시장 법인 중심으로 위탁수수료 상한(7%)이 적정한지를 점검하기로 했다.

이 밖에 가락시장 법인이 조성 중인 10억원 규모의 공익기금을 늘려 출하자 지원, 수급 안정 등에 쓰도록 할 예정이다.

도매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농산물 출하 단계에서 미리 품목과 물량 등의 정보를 입력하는 '전자송품장' 활용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가락시장에서 전자송품장 적용 품목을 현재 6개에서 연내 16개로 늘리고, 2027년에는 193개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다른 공영도매시장에도 2027년까지 전자송품장 도입 시스템을 구축하게 한다.

정가·수의 매매 비중을 2022년 19%에서 2027년 25%로 높이고 도매 기준가격 공시제도도 품목별 품질 등급에 따른 가격 공시 방식으로 개선한다.
지난 1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사과가 진열돼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사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8.2% 급등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사과가 진열돼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사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8.2% 급등했다. /연합뉴스

"기존 유통 한계 극복 위해 온라인 시장 키울 것"

정부는 기존 도매 유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 규모를 오는 2027년까지 가락시장 수준인 5조원 규모로 키우는 목표도 세웠다.

우선 올해 하반기 수산물 판매를 시작해 2027년까지 거래 품목을 지금의 가락시장 수준인 193개로 늘린다.

더 많은 판매자가 들어올 수 있게 가입 기준을 연간 거래 규모 5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문턱을 낮추고 거래 부류 간 판매 제한도 없애기로 했다.

중소형 마트, 전통시장 등도 거래 물량을 규모화할 수 있게 농협, 상인연합회를 통한 공동구매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고 통합물류 기능도 확충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온라인 도매시장은 유통 구조가 단순하고 전국 단위 거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온라인 도매시장 근거 법률을 제정하고 운영자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분쟁조정, 고객관리 등의 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거점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도 2026년까지 100곳을 구축하고 APC의 청과물 취급 비중을 생산량의 30%에서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사과와 배 취급률은 2022년 21%에서 2030년 50%로 늘릴 수 있도록 기체 제어(CA) 시설을 갖춘 저온저장고를 확충하고, 배추와 무는 농협이 연중 농작업 대행반을 운영해 APC 취급 물량을 2022년 13%에서 2030년 20%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산물은 부산공동어시장 등 거점 위판장 100곳을 현대화해 전국 214개 산지위판장 통합을 유도한다. 김, 천일염 등 주요 품목은 수협 등 생산자단체를 통해 계약재배해 안정적인 수급 관리체계를 구축한다.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소비지분산물류센터 확장을 검토하고, 나무 어상자를 플라스틱으로 교체·규격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물류기기 시장에 경쟁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물류기기 이용 가격 공시제'를 도입하고 농협이 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무포장 유통 늘리고...불공정거래는 점검

정부는 소비자단체, 대형 유통업체와 함께 농산물을 무포장(벌크) 유통하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산물을 소포장해 판매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런 경우 추가 유통 비용이 발생한다"며 "농산물을 포장 없이 두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만큼 담아가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선 사과 등 주요 품목을 대상으로 농협 하나로마트에 벌크 유통을 시범 도입하고, 농축산물 할인지원 우대 적용을 통해 참여 유통업체를 늘려가기로 했다.

정부는 또 유통 단계별 사재기나 가격 담합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지속 점검하기로 했다.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주요 유통업체 대상으로 '보유 물량 사전신고제'를 도입해 상시 점검 체계를 구축하고 필요하면 신속하게 단속할 수 있게 '농산물 매점매석 고시' 제정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해관계자, 학계, 전문가 등과 '농수산물 유통포럼'을 반기별로 열어 제도개선 과제를 지속 발굴한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