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금리에 희비 엇갈린 개미…"알채권 웃고, ETF 울고"
개인 투자자의 채권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 고금리 환경에서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거두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면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장 금리가 소폭 반등하며 채권 투자자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채권 시장에서 11조7369억원어치 채권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8조6554억원)보다 35.6% 늘었다. 2년 전(1조4851억원)보다는 8배 가까이 증가했다.

해외채권 투자자도 크게 늘었다.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채권을 21억7007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지난해 연간 순매수액(43억2856만달러)의 절반 이상을 1분기 만에 채웠다. 금리가 10%에 달하는 브라질 국채의 올해 순매수액은 1151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09% 늘었다.

문제는 올해 들어 시장 금리가 오르며 채권 직접 투자자와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간접 투자자의 표정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지난해 10월 4.9%에서 연말 3.8%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채권금리는 반등을 시작해 이달 1일(현지 시각) 4.317%까지 올랐다.

채권을 직접 매수해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거두고자 하는 투자자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금리 구간이다. 만약 채권을 중간에 팔아 차익이 발생해도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점도 고액 자산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다.

반면 ETF를 통한 채권 간접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채권 시세 차익을 노리고 장기채 ETF를 매수했지만 시장 금리가 오르며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다. 국내 최초의 미국 장기채 상품인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ETF는 연초 이후 6.9% 하락했다. 선물 투자 방식이라 분배금(이자)도 지급되지 않는다. 엔화로 미국 장기채를 매수하는 'KBSTAR 미국채30년엔화노출(합성 H)' ETF도 올해 들어 10.33% 내렸다. 엔화 가치 하락의 영향으로 다른 장기채 ETF보다 낙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 장기 채권 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횡보할 것으로 예상한다. 6월로 예상되는 25bp 기준 금리인하가 이미 시장금리에 반영돼 있다는 분석에서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가 더 내려가려면 미국의 경기 지표가 부정적으로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4월은 뚜렷한 금리 방향성을 찾기 어려운 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 전문가들은 전문가들은 장기채권보다는 단기채권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단기금리는 통화정책, 장기금리는 경기·물가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금리 인하는 초읽기에 접어들었다. 단기금리의 하락 재료다. 반면 경기 침체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장기금리의 하락이 제한적 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긴축 완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명확하지만, 추가적인 긴축이 종료된 것도 사실"이라며 "당분간은 단기채권을 중심으로 금리가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