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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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유통소매업체 월마트가 어닝서프라이즈를 발표했다. 광고 사업 확장을 위해 스마트TV 제조업체 비지오를 인수한다는 소식도 알렸다.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월마트 주가는 장중 한때 사상 최고치로 뛰었다.

월마트는 20일(현지시간) "올해 1월까지 4분기 매출은 1734억달러, 주당순이익(EPS)은 1.80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늘어나 시장 예상치(1708억달러)를 웃돌았다. 주당순이익도 전망치 1.64달러를 상회했다. 실적이 공개된 후 월마트 주가는 장중 6% 넘게 상승해 사상 최고치인 181달러를 기록했다. 종가는 3% 가량 오른 175달러대에 마감했다.

존 레이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고객들이 장바구니에 담는 품목의 수는 줄었으나 쇼핑 횟수는 오히려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TV, 컴퓨터 등 전자제품이나 고가 품목의 판매는 이전보다 줄었고 주로 가격을 할인한 저가 품목에 지갑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식료품 판매가격을 낮게 유지한 전략 덕분에 중산층뿐 아니라 고소득 가구 고객도 끌어들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전자상거래 분야 매출도 크게 늘었다. 더그 맥밀런 최고경영자(CEO)는 "온라인 판매 상품의 종류를 늘리고, 배송이나 구매방식의 옵션을 많이 제공한 덕분에 2023년에 처음으로 글로벌 전자상거래 매출이 1000억달러를 돌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월마트는 이날 23억달러에 비지오를 인수해 광고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월마트는 다만 "연말연시 지출에 힘입어 4분기 매출과 수익이 호조를 보였지만 내년에는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5년 1월 31일까지의 이번 회계연도 연결 순매출은 3~4%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4.5%)보다 낮다.

맥밀런 CEO가 이날 "최근 분기 동안 일부 제품의 가격이 지난번 예상했던 것만큼 하락하지 않았다"며 '끈적한 인플레이션'을 거론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3분기 때 내놓은 디플레이션 전망을 거둬들인 것이다. 그는 "지난 3개월 사이에 물가하락세의 기울기가 완만해졌다"며 "식품 및 소모품 가격은 1년 전보다 약간 상승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맥밀런의 발언은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덜 둔화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시장이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을 늦춘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