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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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가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지 3개월 만에 게임 부문 구조 조정에 나섰다. 대형 신작 게임 출시를 취소하고 약 2000명의 직원을 해고하기로 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MS 최고경영자(CEO) 필 스펜서는 오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블리자드의 큰 프로젝트 중 하나를 취소했으며 게임 사업부의 8%에 해당하는 190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스펜서 CEO는 “우리는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중복되는 부분을 확인했다”며 “(이번 구조조정은) 성장을 위한 최고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 이바라 블리자드 CEO도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MS와 블리자드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690억달러(약 92조원)를 들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지 3개월 만의 조치다. 당시 이 인수는 정보통신(IT) 산업 역사상 가장 큰 거래로 주목받았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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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는 ‘오버워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많은 대작 게임을 개발한 회사다. 2022년 신규 IP(지식재산권) 서바이벌 게임 ‘오디세이’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리자드는 2017년부터 6년 이상 오디세이 개발에 투자했고 담당 개발팀만 100명이 넘었다. 2026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팀을 수백만 명 수준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오디세이 개발은 취소됐다. 앤드루 레이놀즈 블리자드 대변인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위한 일환으로 게임 개발이 종료됐다”며 “팀원 중 일부는 개발 초기 단계의 여러 신규 프로젝트 중 하나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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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인수 이후에 이뤄진 만큼 “예견된 구조조정”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기술 대기업들의 해고 바람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어 근로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미국 통신 노동자 연합(CWA)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1900명의 비디오 게임 근로자를 해고하겠다는 발표는 수익성이 매우 높은 산업에서 성공한 회사에서 일하더라도 직장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정보기술 기업의 일자리 데이터를 추적하는 웹사이트 레이오프스에 따르면 1월 한 달 동안 76개 기술 기업에서 2만1000명 이상의 직원이 해고됐다. 작년에만 기술 산업에서 16만8032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경쟁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투자를 늘리면 올해 해고 인원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