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태양광 업체 퍼스트솔라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뉴욕 월가 투자은행(IB)들의 추천 종목으로 선정됐다. 퍼스트솔라 주가는 지난해 약 18% 오른 데 이어 올해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퍼스트솔라는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미국 내 생산을 고집해 IRA 보조금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해 태양광·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는 미국 발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발전량은 올해만 3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IRA 수혜' 美 태양광 퍼스트솔라…"올해도 최선호주"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 기대

9일 외신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업체 팩트셋이 IB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올해 유망 종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퍼스트솔라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종목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지난해 골드만삭스의 추천 종목으로 꼽힌 데 이어 2년 연속이다.

퍼스트솔라 주가는 전날 166.1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 145.94달러에서 14%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IB들은 올해 퍼스트솔라 주가가 약 36%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가 최근 이 회사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조정하는 등 증권사 가운데 매수 의견을 내놓은 곳이 75%에 달한다.

퍼스트솔라는 1999년 설립된 태양광 모듈 설계 및 제조 업체다. 미국 애리조나 템페시에 본사를 두고 있다. 나스닥 상장 기업이며, 세계 10대 태양광 모듈 기업 중 유일하게 미국에 본사를 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랑스러운 미국 회사”라고 치켜세운 기업이기도 하다. 미국 내 매출 비중이 84%에 달해 IRA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퍼스트솔라는 지난해 34억7000만달러(약 4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인 8억4152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올해 이 회사 매출이 40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은 1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마크 스트라우스 JP모간 애널리스트는 “태양광 발전 확대와 정부 보조금으로 인한 수익을 감안하면 주가가 오를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급증하는 수요에 생산 확대 드라이브

최근엔 퍼스트솔라의 차세대 태양광 모듈 제품인 ‘시리즈7’ 판매가 늘고 있다. 패널 주문이 몰려 2026년까지 모든 공장을 100% 가동해야 할 만큼 일감이 쌓였다.

시리즈7 제품은 전작인 시리즈6 패널에 비해 설치 작업을 편리하게 개선했고, 수명도 길어졌다. 모듈 크기를 키운 한편 눈과 흙먼지가 덜 붙도록 만들었다.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생산 시설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퍼스트솔라는 미국 내 다섯 번째 태양광 모듈 공장을 작년 9월 착공했다.

루이지애나주에 들어서는 이 공장은 연간 3.5GW 규모의 모듈을 생산할 수 있다. 이 공장이 가동되는 2026년에는 미국 내 연간 생산능력이 14GW에 달할 전망이다. 2022년 기준 미국 내 전체 태양광 설비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해 5월 유럽의 박막형 태양광 패널 기업 에볼라를 인수하는 등 기술 투자도 꾸준히 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태양광 패널 수입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 수입을 막았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서 저가 패널이 밀려들어오면서 미국산 패널은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퍼스트솔라 같은 업체들이 가격을 낮춰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인프라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그동안 소외된 미국 기업들도 부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