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역대 최고"라는 금값…달러화 강세에 약세로 출발 [원자재 포커스]
日 지진에 ICE 달러 지수 0.9% 급등
홍해發 공급망 리스크는 금 가격 지탱
"올해 금값 2200달러 돌파" 전망 속
"금리 인하=금값 상승 아냐" 비관론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3일 뉴욕 시장에서 금값은 하락세로 출발했다.

이날 9시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금 현물은 전날 같은 시간 대비 0.14% 하락한 트로이온스 당 2061.04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달러화가 급격히 강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ICE 달러 지수는 이날 전장보다 0.89% 오른 102.228을 기록했다. 지난 1일 일본 서해안 지역에서 진도 7.6 규모 강진이 발생하며 엔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지난 1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금 가격 추이.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지난 1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금 가격 추이.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다만 홍해에서 지속되고 있는 공급망 위기는 안전자산인 금 가격을 지탱했다. 이날 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는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홍해와 아덴만을 지나는 모든 운송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30일 자사 선박인 머스크 항저우호가 공격당한 뒤 48시간 동안 운항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나 이를 무기한 연장한 것이다. 이날 세계 5위 해운사 독일 하파그로이트도 오는 9일까지 홍해를 피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운항 경로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금 가격은 지난해 유럽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동시에 전쟁을 벌이며 13% 상승했다. 2020년 이후 최고 연간 상승폭이다. 심리적 저항선인 트로이온스 당 20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도 갈아치웠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상승세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미국 중앙은행(Fed)이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며 대체 투자 자산에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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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와드 라자크자다 시티인덱스 애널리스트는 "2023년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금값이 얼마나 상승했는지 확인했듯 중앙은행이 실제로 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하는 올해에는 상당한 (금값) 상승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웰스파고는 올해 금값이 2200달러 선을 돌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높은 금값이 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해 '과매수'된 상태라는 의견도 나온다. 컨설팅업체 TS롬바드의 스카일라 몽고메리 거시전략가는 1970년대 이후 Fed의 양적완화 사이클을 분석한 결과,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한 후 12개월 동안 금값은 평균적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일부 예외 사례도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1980년대 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던 시기가 대표적이다. 당시 폴 볼커 전 Fed 의장은 기준금리를 한때 연 22%까지 끌어올린 후 서서히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금 가격도 당시 동반 하락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