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4% 넘은 금리…조정은 시작됐는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월 2일 화요일>

새해 첫 거래일인 2일(미 동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아침부터 금리가 치솟았습니다. 달러도 올랐고 한때 유가도 급등했습니다. 금리, 달러, 유가의 상승은 통상 주식에 부정적 요인입니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아침부터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오늘 시장에 영향을 준 요인들을 알아보겠습니다.

① 금리 급등

새해 벽두부터 유가가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한때 2.5% 이상 급등해 각각 배럴당 79달러와 74.6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란이 미국이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펼치고 있는 홍해에 군함을 보내기로 한 탓입니다. 미 해군이 이란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 후티의 선박 세 척을 파괴한 뒤 나온 행동입니다. 이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 가능성, 그리고 이란이 중동분쟁에 직접 개입할 확률을 높입니다.
한때 4% 넘은 금리…조정은 시작됐는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연말 랠리는 인플레이션 둔화가 지속하면서 미 중앙은행(Fed)이 비둘기파적으로 전환할 것이란 믿음에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습니다. 선박들이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하면서 물류비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주 5일, 다음주 11일 유럽과 미국에서 각각 공개되는 12월 소비자물가(CPI)는 헤드라인 수치가 다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소식에 이를 인수하려는 채권 투자자들이 국채를 매도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TD증권의 제너디 골드버그 채권 전략가는 "오늘 많은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발표하면서 공급 이야기가 오늘 채권시장 움직임의 이면에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주 12월 고용보고서, 다음주 12월 CPI 발표를 앞두고 미 중앙은행(Fed)에 대한 공격적 금리 인하 베팅이 소폭 되돌려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에서는 3월 기준금리 인하 확률이 79%로 낮아졌습니다. 작년 말에는 89%에 달했습니다. 또 올해 Fed의 금리 예상 인하 폭도 작년 말 157bp에서 150bp로 줄었습니다. 아폴로 매니지먼트의 토스텐 슬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2월 Fed의 피벗은 10년 전 일어난 일과 유사하다. 2013년 Fed의 의사소통 잘못으로 테이퍼 텐트럼(긴축 발작)이 발생했고 이는 금융여건을 급속히 긴축시켰다. 이로 인해 테이퍼링(양적 긴축 축소)은 오히려 늦춰졌다. 지난 12월 Fed의 피벗으로 극적인 금융여건 완화를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2024년은 금리 인하가 지연되는 해가 될 것이다. Fed 피벗이 계속 모기지 금리를 떨어뜨리고 주가를 높이며 회사채 스프레드를 좁힐 경우, 향후 몇 달 동안 경제, 특히 주택 부문에서 확고한 반등이 나타나고 이는 고용 성장 반등을 촉발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때 4% 넘은 금리…조정은 시작됐는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로 인해 2일 뉴욕 채권시장이 열리자 아침부터 금리가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10년물 수익률은 한때 4.024%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유가가 갑자기 하락세로 전환하면서(WTI는 1.77% 하락한 배럴당 70.38달러로 거래 마침) 한때 10bp 넘게 오르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 상승 폭이 줄었지만, 상승세는 지속했습니다. 결국, 오후 4시 40분께 10년물 수익률은 7.7bp 상승한 3.937%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은 7bp 오른 4.32%를 기록했습니다.
한때 4% 넘은 금리…조정은 시작됐는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주가는 약세를 이어갔습니다. 찰스 슈왑은 "지난해 10월 5%에 달했던 10년물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2개월간의 연말 랠리가 촉발되었지만, 4% 이상으로 다시 오르면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② 쏟아진 기술주 악재

애플의 투자 등급 하향 소식은 부정적 시장 분위기를 부추겼습니다. 바클레이스는 애플에 대해 중국 시장에서의 약점, 선진국 시장 수요 둔화 등을 이유로 투자 등급을 '비중 축소'(underweight)로 낮추고, 목표 주가를 기존 161달러에서 160달러로 내렸습니다. 팀롱 애널리스트는 "아이폰15 판매량이 전망이 여전히 암울하며 아이폰16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만한 기능이나 업그레이드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맥컴퓨터와 아이패드, 웨어러블 기기에서도 판매 반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수익성 높은 서비스 부문도 규제로 인해 일부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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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애플 주가는 3.58% 급락했습니다. 한때 하락 폭이 4%를 넘기도 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1.38%) 아마존(-1.32%) 메타(-2.17%) 등 지난해 시장 상승을 주도하며 급등했던 매그니피선트 7(M7) 주식들도 대부분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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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오늘 작년 4분기에 48만4507대를 고객에게 인도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자체 목표치(48만대), 월가 전망치(48만3173대)를 넘어선 것입니다. 이에 따라 2023년 한 해 동안 전년보다 38% 늘어난 181만대를 인도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역시 목표였던 180만 대를 상회했습니다.
한때 4% 넘은 금리…조정은 시작됐는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하지만 중국 BYD의 4분기 판매량이 테슬라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 불안을 자극했습니다. BYD는 지난 1일 4분기에 순수 전기차를 52만6407대를 팔았다고 밝혔습니다. 연간으로는 158만대를 팔아 181만대의 테슬라에 바짝 따라붙었습니다. 2022년에 비해 70%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BYD는 내연기관 차는 생산하지 않고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만 파는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더하면 지난해 판매량이 302만대에 달합니다.

오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을 받는 전기차 모델 19개를 발표했습니다. 작년 43개에서 24개가 줄어든 것입니다. 테슬라는 모델 Y 등 5종(사이버트럭과 모델3 일부 모델이 빠졌지만)이 포함됐습니다. 일종의 호재지만 테슬라 주가는 오늘 0.02% 내렸습니다.

네덜란드 ASML의 중국 수출이 차단됐다는 소식에 엔비디아(-2.73%) 등 반도체 주식도 줄줄이 급락했습니다. ASML은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최근 심자외선(DUV) 장비의 중국 수출을 위한 면허를 부분적으로 취소했다. 중국에 있는 일부 고객에게 영향을 미친다"라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극자외선 노광장비(EUV)에 이어 DUV 장비의 중국 수출까지 막았습니다. DUV는 EUV에 비해 성능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중국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된 반도체 생산에 DUV가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수출 통제 목록에 추가됐습니다. 같은 대중 수출 규제 이슈에 노출된 엔비디아, AMD(-5.99%) 등도 모두 급락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인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더 많이 취소하고 있다'라는 기사에서 시장 정보업체 안테나의 11월 자료를 인용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프리미엄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이탈한 고객이 11월 6.3%로 전년 동기 5.1%에서 증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그 여파로 넷플릭스(-3.77%)도 크게 내렸습니다.

③ 평균 회귀?

금리, 유가, 달러가 오늘 반등한 데 대해 펀더멘털 측면이 아닌 '평균 회귀' 현상을 지목하는 투자자도 많습니다.

지난해 10월 19일 5%를 넘었던 10년물 금리는 연말까지 100bp 이상 떨어졌습니다. 특히 12월 15일이 넘으면 트레이더들이 휴가에 들어가면서 시장에 별 움직임이 없는 게 통상적입니다. 그러나 작년 말은 달랐습니다. 12월 13일까지 4%대를 지켰던 10년물 금리는 12월 27일 3.78%까지 떨어졌습니다. 별 이슈가 없었는데도 그랬습니다.

오늘 채권 트레이더들이 휴가에서 복귀하자 장 초반부터 금리가 뛰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12월 연말 펀드들의 리밸런싱(지난해 주가 급등으로 주식 비중이 커지자 주식을 팔고 채권을 매수함으로써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대 채권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한 것)으로 인해 10년물 금리가 과도하게 하락했다고 느낀 트레이더들이 채권을 매도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주식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기에 지나치게 올랐다고 생각한 주식을 매도했다는 것이죠. 애플(-3.58%) 마이크로소프트(-1.38%) 아마존(-1.32%) 메타(-2.17%) 등 지난해 시장 상승을 주도하며 급등했던 M7 주식이 오늘 급락한 게 이를 암시합니다. 일종의 평균 회귀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금리나 주가, 달러 등이 단기에 큰 폭으로 등락할 수 있지만, 결국 평균 수준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죠.

많은 투자자는 M7 주식에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M7 종목의 12개월 평균 목표가는 작년 말 종가보다 약 11% 높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선 모두가 붐빈다는 것은 미래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란 신호로 생각합니다. 블룸버그는 "새로운 정보가 없는 부정적인 보고서로 인해 애플 주가가 급락했다는 것은 기술주 이익이 얼마나 내구성이 있는지에 대한 불안을 보여 준다. 사람들은 기술주 매수가 매우 붐비는 거래라고 걱정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윌밍턴 트러스트의 토니 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확실히 이 회사들의 비중을 축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시장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지는 확신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하락은 절세 목적의 트레이드 때문이었을 수 있습니다. 피넘그룹의 세스 고든 전략가는 "오늘 주식 매도는 투자자들이 지난해 주식양도차익 세금을 피하려 했던 탓일 수 있다. 지난해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크게 오른) 주식을 팔지 않았던 이들이 오늘 주식을 팔아 과세 시점을 올해로 늦춘 것일 수 있다. 실제 크게 오른 몇몇 주식을 제외한 많은 주식은 오늘도 오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인프라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제이 헷필드 CEO는 "이는 거래 첫날에 매우 흔히 발생하는 정상적이고 어느 정도 예상된 활동”이라고 말했습니다. 연말 이전에는 세금을 아끼기 위해 손실을 낸 주식을 팔고, 연말이 지나면 이익이 생긴 주식을 파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트리거 포인트는 애플 다운그레이드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CNBC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단기에 큰 폭으로 하락했던 달러도 오늘 급등했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0.83%나 상승해 작년 7월 이후 하루 최고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일본의 지진으로 엔화가 약세를 보였고, 중국에선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여전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위안화가 하락했습니다.

④ 경기 둔화?

S&P 글로벌이 발표한 미국의 12월 제조업 PMI는 47.9로 집계되었습니다. 11월 49.4뿐 아니라 월가 예상 48.2도 밑돌았습니다. 제조업이 위축 국면(50 이하)에서 더 위축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크리스 윌리엄슨 S&P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더 많은 기업이 잉여 생산 능력에 대한 우려를 갖게 되면서 노동력을 석 달 연속으로 줄였다. 제조업은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때 4% 넘은 금리…조정은 시작됐는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1월 건설지출은 0.4% 증가한 연율 2조501억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11개월 연속 증가세입니다. 다만 월가 예상 0.6% 증가보다 증가폭은 작았습니다.

경기 둔화는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 경제 데이터가 나온 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4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를 1.4%(기존 1.5%)로 낮췄습니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나우도 기존 2.3%에서 2.0%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한때 4% 넘은 금리…조정은 시작됐는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장 막판 주가는 반등하며 하락 폭을 줄였습니다. 다우는 0.07%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S&P500 지수는 0.57% 내렸고 나스닥은 1.63%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나스닥은 장중 2%가 넘게 내리기도 했습니다.
한때 4% 넘은 금리…조정은 시작됐는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장 막판 반등을 보면 여전히 시장에는 힘이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작년에 전 세계 주식 시장에 1720억 달러가 유입됐다며,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적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머니마켓펀드에는 무려 1조3400억 달러가 유입됐다고 밝혔습니다. 즉 사이드라인에 돈이 여전히 많고, 이 돈이 증시에 유입되기 시작하면 주식에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용했던 변동성지수(VIX)는 오늘 6% 뛰어 13.2로 마감됐습니다. 장중 14.23까지 올랐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신호입니다. 월가의 가장 큰 강세론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말 S&P500 지수 전망치로 5200을 제시하고 있는 오펜하이머의 존 스톨츠푸스 전략가는 "4분기 대규모 상승세를 소화하기 위해 시장이 잠시 멈추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사실 단기 주가 상승을 고려하면 시장이 잠시 멈추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5200을 제시하는 펀드스트랫의 톰리 설립자도 1월에 5000을 넘겠지만 2~4월에는 4400~45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때 4% 넘은 금리…조정은 시작됐는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내일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발표됩니다. 지난 FOMC는 통화정책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고, 'any'라는 단어를 추가해 더는 금리 인상은 없다는 것을 암시했습니다. 점도표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내년 세 번의 금리 인하를 제시했으며, 제롬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를 논의했다"라고 밝혔었지요. 만약 회의록이 시장이 생각하는 것만큼 비둘기파적이지 않다면 공격적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일부 재조정될 수도 있습니다.

또 5일 12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내일 11월 구인 이직보고서(JOLTS)에서 채용공고 데이터가 나오는데요. 월가는 10월 877만3000개에서 11월 880만 개로 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11월 JOLTS 보고서는 실업자보다 일자리가 여전히 더 많다는 것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우리는 소비자 신뢰도 조사에 포함된 12월의 낙관적 고용 데이터를 통해 이를 이미 알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