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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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망간을 확보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중국산보다 두 배 이상 비싸지만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망간이 저가형 전기차 보급의 단초로 꼽히는 가운데 전기차 확대로 망간 가격이 더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망간 정제시장 장악한 中

배터리 소재 찾아 남아공 몰리는 車업체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남아공 북동부 도시 음봄벨라에 있는 망간 정제기업 망가니즈메탈코(MMC)에 서방 자동차 제조사들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루이스 넬 MMC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2년 동안 대부분의 서방 주요 배터리 및 자동차 제조사가 회사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그는 “MMC가 이전 20년 동안 체결한 것보다 더 많은 계약을 지난 1년간 맺었다”고 밝혔다.

남아공은 세계 망간 광석 매장량의 약 42.6%를 보유한 세계 최대 망간 산지다. 이어 브라질과 호주가 전체 매장량의 18%씩을, 중국이 3.6%를 갖고 있다. 망간 정제 시장에서 남아공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 중국이 전체 시장의 약 90%를 차지한다.

중국은 느슨한 환경 규제, 값싼 전기료로 정제 시장을 장악했다. 망간 광석을 배터리용 망간 금속으로 정제하려면 광석을 잘게 빻아 산성액에 녹이고, 화학용액을 혼합해 망간 용액을 만든 뒤 전기 자극을 가해 금속을 추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화학 용액은 심각한 환경 오염을 유발하고 사용되는 전기량도 막대하다. 중국 기업의 망간 정제 가격은 환경 규제가 엄격한 남아공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저렴하다.

비싼 가격에도 자동차 제조사들이 남아공을 찾는 이유는 중국산 원자재 비중을 줄이려는 서방 정책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이 대표적이다. CRMA는 2030년까지 망간 등 34개 핵심원자재를 가공하는 모든 단계에서 특정 국가 의존도를 65% 이하로 낮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조사들은 남아공 외 지역에서 망간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7월 호주 상장 망간광산업체 엘리먼트25에 1500만달러(약 194억원)를 투자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엘리먼트25에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망간 정제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자금 8500만달러(약 1100억원)를 대출하기로 6월 합의했다.

전기차 확대에 망간 수요 치솟아

그간 특수강·알루미늄 생산에 주로 쓰이던 망간이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비중이 늘면서 망간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매켄지는 세계 망간 사용량의 1%를 차지하는 배터리용 망간 수요가 전기차 보급에 따라 20년간 여섯 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MMC가 전기차배터리업체에 공급한 망간 금속은 전체의 약 26%로 8년 전(8%)의 세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망간이 저가형 배터리 개발의 핵심 자원으로 떠오르면서 수요는 더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망간은 리튬코발트산화물, 니켈과 함께 3원계(NCM) 배터리를 구성하는 주원료로 사용됐다. 3개 원자재 중 코발트 가격이 가장 비싸고 공급이 불안정하다. 배터리업계는 단가를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코발트 비중을 줄이고 망간을 늘린 하이망간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급증하는 수요에 비해 망간 정제 역량은 부족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우드매켄지에 따르면 체코, 보츠와나, 멕시코 등 세계에 20개 망간 정제소가 새로 건설될 예정이다. 이 공장들이 가동되기까지 최소 몇 년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