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선 이어 유조선까지 홍해 운항 중단…유가 2주 만에 최고치 [오늘의 유가]
브렌트유 2% 가까이 상승…장 초반 4% 급등세도
"후티 반군 무차별 공격 우려"…"유가 바닥" 분석도


국제유가가 2주 만에 최고치로 급등했다. 글로벌 해운사들에 이어 영국 최대 석유 기업 BP까지 홍해에서의 유조선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힌 여파다.

18일(현지시간)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월 인도분은 전일보다 1.04달러(1.5%) 오른 배럴당 72.47달러에 거래됐다. WTI 선물 가격이 72달러를 넘어선 건 지난 4일 이후 약 2주 만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2월물도 1.40달러(1.8%) 상승한 배럴당 77.95달러에 마감했다. 역시 2주 만에 최고치다. 두 유종 모두 이날 장 초반에는 3달러(약 4%)에 가까운 급등세를 나타냈다.

BP는 이날부터 홍해를 통한 석유 수송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예멘 반군 후티가 이 지역에서 민간 선박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한 데 따른 조치다. 노르웨이의 원유 생산업체 에퀴노르ASA도 홍해 지역에서 운항하던 선박들을 모두 뺐다.
화물선 이어 유조선까지 홍해 운항 중단…유가 2주 만에 최고치 [오늘의 유가]
앞서 덴마크 머스크, 독일 하파그로이드, 스위스 MSC, 프랑스 CMA CGM, 벨기에 유로나브VN 등 유럽 선사들이 줄줄이 홍해에서의 무역선 운항을 끊었다. 한국 HMM, 대만 에버그린‧양밍해운 등 아시아 컨테이너 선사들도 이를 뒤따랐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에서 하마스와 연대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관련된 선박에 대한 군사 작전 수행 방침을 공표했고, 지난달 14일 이후 약 한 달간 홍해 지역에서 최소 10척의 선박을 공격하거나 위협했다.

해운사들은 수에즈 운하로 통하는 뱃길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돌아가는 우회로를 택하고 있다. 이는 6500㎞가량 더 긴 거리여서 원유를 포함한 화물 운송 시간이 7~8일 지체될 수 있다.

수에즈 운하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단 항로다. 전 세계 물동량의 15%가 이곳을 통과해 왔다. 스톤엑스의 파와드 라자크자다 애널리스트는 “계속해서 더 많은 유조선이 홍해 운항을 중단하고 있어 원유 공급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지난주에 이은 흐름을 볼 때 국제유가는 바닥을 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화물선 이어 유조선까지 홍해 운항 중단…유가 2주 만에 최고치 [오늘의 유가]
슈나이더일렉트릭의 로비 프레이저 매니저도 “(후티 반군의) 공격은 새롭진 않지만, 최근 몇 주 새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후티 반군은 이 지역을 완전 봉쇄할 능력까진 없더라도 비대칭적 수단을 활용해 (선박들의) 운송을 방해하고 리스크 판단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의 잭 케네디 애널리스트는 “후티 반군과 이들을 후원하는 이란은 홍해에서의 긴장을 활용해 가자지구에서의 전쟁뿐만 아니라 더 넓은 범위에서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라며 “이스라엘과의 명확한 연결고리가 없는 선박들에 대해서도 무차별적인 공격이 행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다만 단기적 충격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CIBC프라이빗웰스의 레베카 바빈 수석 에너지 트레이더는 블룸버그통신에 “전 세계 원유의 약 8~10%가 홍해를 통해 러시아, 인도, 중국 등으로 유입되는데, 액면가만 놓고 보면 그리 크지 않은 양”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원유의 공급과 재고가 충분한 수준이어서 공급 리스크를 완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화물선 이어 유조선까지 홍해 운항 중단…유가 2주 만에 최고치 [오늘의 유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주요 셰일오일 생산지에서의 원유 생산량이 3개월 연속 감소할 전망이지만, 최대 유전인 텍사스 서부 퍼미안 분지에서의 생산량은 8개월 연속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국제공동석유데이터(JODI)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10월 원유 수출은 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원유 수출 감축량을 하루 5만배럴 또는 그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1월부터 예정했던 감축을 한 달 앞당겨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러시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 간 협의체인 OPEC플러스(+) 합의에 따라 이미 하루 30만배럴 규모의 감산을 시행하고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