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최다 보유 일본, 투매 멈추고 재매수 하려는 까닭
미국 국채 최다보유국인 일본이 해외 국채에 대한 매도를 중단하고 다시 순매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자 환율 변동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비용이 줄어들어서다. 채권 만기를 앞둔 미국 기업들의 재정 위험이 감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올 들어 해외 채권을 다시 순매수하기 시작했다.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자 환율 변동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비용이 줄어들어서다. 일본은행이 통화 긴축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미 국채 투자 수요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초 일본 기관투자가들은 적극적으로 미 국채를 매수해왔다. 일본은행이 30년 가까이 제로 금리 정책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각국의 통화 긴축에도 홀로 양적완화를 유지했다. 이 때문에 엔화 가치는 계속 떨어졌다. 저금리에 통화가치도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에서 투자금을 차입한 뒤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 투자가 증가했다.

일본 보험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도 이 전략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일본 기관투자가들은 환율변동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관련 파생상품을 함께 매수했다. 대부분 만기 3개월짜리 엔·달러 스와프 계약을 매수한 뒤 롤오버(만기 연장)를 해왔다.

문제는 지난해 7월부터 환위험 헤지 비용이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 연방기금금리(FFR)가 미국 국채 금리를 역전하면서부터다. FFR은 미국 은행 사이에서 서로 자금을 차입할 때 사용하는 하루짜리 초단기 금리를 뜻한다. FFR이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역전하면서 엔·달러 스와프 프리미엄(비용)이 치솟았다. FFR 매수를 위해 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비용 부담이 커지자 일본 기관투자가들은 지난해 해외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실제 10년 만기 미 국채와 일본 국채 금리 격차는 헤지를 하지 않았을 때 연 3.71%포인트(24일 기준)를 기록했다. 반면 환위험 헤지 파생상품을 매수하게 되면 연 -2.28%포인트로 떨어졌다. 캐리 트레이드를 할 수록 적자가 누적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반기별 자료에 따르면 일본 은행,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의 미 국채 보유액은 2021년 말 8400억달러(약 1087조원)에서 지난해 말 5500억달러(약 712조원)까지 감소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상위 5개국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의 국채 보유액도 2년 전 2900억달러에서 지난해 1700억달러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미국 채권 매도세가 잦아들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다시 해외 채권을 순매수하기 시작했다. FFR과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 격차가 다시 좁혀지면서 헤지 비용은 감소했다. 비용 부담이 줄어들자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다시 미 국채를 매수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일본이 미 국채 투자를 지속하자 미국 기업의 재정 위기도 축소하는 모양새다. 2025년 미국 회사채 만기가 도래할 때 일본 기관투자가의 재융자(리파이낸싱) 가능성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WSJ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 긴축을 중단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일본 기관투자가의 미 국채 매수세가 가팔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오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