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월째 고공행진 중인 일본의 물가가 다시 오름세를 타자 일본 증시가 또 한 번 33년 만의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10년에 걸친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에 힘입어 외국인 투자자가 되돌아왔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마이너스 금리 폐지 임박

日 물가 다시 '꿈틀'…"금융완화 끝날때 됐다"
일본 총무성은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 상승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지난 6월 3.3%를 기록한 이후 3개월 연속 완만해졌던 물가 상승률이 4개월 만에 다시 가팔라졌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19개월 연속 일본은행의 물가 목표인 2%를 웃돌고 있다. 일본은행이 2013년부터 이어온 대규모 금융완화를 중단하고 긴축정책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기금리가 어느 정도 유도 목표인 연 1.0%를 넘어도 용인한다”고 결정했다. 연 -0.1%인 단기 기준금리를 인상해 마이너스 금리마저 폐지하면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은 마무리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11월 외환시장 조사에서 금융시장 전문가의 32%는 일본은행이 내년 4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이달 중순 151엔대 후반에서 움직이던 달러당 엔화 가치도 149엔대로 상승했다.

지난 7월 34년 만에 최고치(33,753.33)를 기록한 뒤 3만 선 초반까지 빠졌던 닛케이225지수도 이달 들어 급반등했다.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2% 오른 33,625.53으로 거래를 마쳐 연중 최고치에 근접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의 긴축정책은 시장 유동성을 줄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닛케이지수가 시장 원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건 지수의 움직임을 주도하는 세력이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달러 기준 日증시 수익률 오른다

외국인들이 일본 시장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일본은행의 정책 수정으로 기록적인 엔저(低)가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는 전망과 관련이 있다. 일본 수출 제조업체들의 실적을 악화시키는 엔화 가치 상승은 증시에 악재로 평가된다. 그런데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엔고(高)를 반기는 건 달러 기준 수익률이 회복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일본 우량주로 구성된 토픽스지수는 25%(21일 기준) 올랐다. 미국 S&P500지수(18%)와 유럽 스톡스600지수(7%)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토픽스지수 수익률을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12%로 쪼그라든다. S&P500지수(18%)보다 낮고, 스톡스600지수(10%)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올 들어 엔화 가치가 15%가량 급락한 영향이다.

스티븐 아네스 인베스코자산운용 세계주식펀드 운용 책임자는 “엔화 가치가 오르면 달러 기준 수익률이 개선되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