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황 악화에 '고공행진'…오렌지주스 선물, 4달러 돌파 [원자재 포커스]
또 사상 최고치 경신
"전혀 예측 못한 일"
허리케인·식물병에
타이트한 수급 지속


올해 들어 수 차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온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이 파운드당 4달러를 넘어섰다. 시장에선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허리케인, 감귤녹화병 등 여파로 주요 산지인 미국, 브라질, 멕시코 등에서의 공급이 제한된 것이 주요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 ICE선물거래소에서 냉동 오렌지주스 선물(FCOJ) 1월 인도분 가격은 장중 파운드당 4.17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파운드당 3.83달러로 떨어졌다. 오렌지주스 선물이 장중에 파운드당 4달러를 넘어선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오렌지주스 선물은 올해에만 벌써 몇 차례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운 바 있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의 누적 상승률은 73%에 달한다. 계약 체결 건수는 90% 불어났다.

라이터캐피털인베스트먼트(Reiter Capital Investments)의 데이브 라이트 트레이더는 자신의 X 계정에 "가끔 시장에선 가장 과감한 예측마저도 넘어서는 일이 일어나긴 하지만, 누가 오렌지주스 선물이 (파운드당) 4달러를 찍을 것으로 예상했겠는가"라며 "이 상품 거래에 따른 수익률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적었다.
작황 악화에 '고공행진'…오렌지주스 선물, 4달러 돌파 [원자재 포커스]
레이크프론트퓨처스앤옵션즈(Lakefront Futures & Options)의 다린 페슬러 시장 전략가는 "오렌지주스 선물 거래는 "밀도가 낮은(thin) 경향이 있다"며 "시장을 움직이는 것이 옥수수나 대두(콩)만큼 어렵진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작은 요인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성질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오렌지주스 선물 1월물의 미결제 약정 거래량은 1일 기준 8111로트(Lot·선물거래의 기본이 되는 단위)로, 연성(soft) 원자재 중 거래량이 가장 많은 설탕(43만5000로트)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미결제 약정은 선물 시장 참여자가 선물 계약을 사거나 판 뒤 이를 반대매매(전매·환매)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 수치가 클수록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의미다.

오렌지주스 가격을 밀어 올린 건 공급측 요인이 크다. 최근 몇 년 동안 잦은 허리케인과 감귤녹화병 등으로 세계 최대 공급국인 브라질과 미국, 멕시코 등에서의 생산량이 일제히 쪼그라들었다. 미국 생산량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플로리다주에선 허리케인이 작년 수확기와 맞물렸고, 겨울에는 극심한 한파가 덮쳤다.
급등하는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급등하는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미국의 오렌지 생산자 단체인 플로리다 시트러스 뮤추얼의 매트 조이너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의 전체 오렌지주스 생산량은 100년여만에 최저"라며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우리는 2억4000만개의 상자를 만들어냈지만, 이번 시즌에는 1800만개에도 못 미친 채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농민들 사이에선 감귤녹화병에 대한 우려가 특히 크다. 이 병은 2005년 미국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오렌지 농가를 괴롭혀 왔다. 오렌지 나무가 감귤녹화병에 걸리면 과실이 제대로 익지 않아 쓴맛이 나고, 기형적 모양을 띠게 된다. '프실라'라 불리는, 수액을 빨아먹는 곤충에 의해 전염되는 이 식물병은 최근 브라질 전역에서 확산하고 있다.

브라질의 오렌지주스 생산자 협회인 '시트러스BR'의 이비아파바 네토 전무는 "오렌지 생산자들이 감귤녹화병을 우려해 과수원 확장 투자까지 망설이고 있다"며 "우리가 마지막으로 풍작을 거둔 건 5년 전이며, 지금은 근본적으로 재고가 제로(0)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빠듯한 수급 상황이 역전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언제가 될지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