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뛴 천연가스 가격 더 오를라…EU 가격상한제 연장 검토 [원자재 포커스]
50유로 대 안정적 가격에 재고 꽉 찼지만
중동 전쟁·핀란드 가스관 파손 등 불안 요소
가스 거래 허브 독일·네덜란드 반대하기도

유럽연합(EU)이 지난 2월 도입한 천연가스 가격 상한제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올 겨울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22일(현지시간) "EU는 중동 분쟁과 발트해 송유관 파괴로 인해 올겨울 천연가스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지난 2월 도입된 긴급 가스 가격 상한선을 연장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년 간 네덜란드 TTF 선물시장 천연가스 가격 추이.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지난 1년 간 네덜란드 TTF 선물시장 천연가스 가격 추이. 트레이딩이코노믹스
EU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자 지난해 2월 천연가스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유럽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선물시장 가격은 2022년 8월 메가와트시(㎿h)당 330유로를 넘긴 후 3개월 뒤에야 두자릿수로 떨어졌다. 이에 EU 회원국들은 사흘 이상 네덜란드 TTF 선물시장 가격이 메가와트시당 180유로보다 높게 유지되고 글로벌 시장 액화천연가스(LNG)보다 35유로 비쌀 경우 가격 상한제를 발동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시기와 비교하면 안정된 상태다. 지난 20일 기준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51.11유로를 기록했다. EU는 지난 8월 천연가스 재고 90%를 채우며 기존 계획보다 3개월 빨리 목표를 달성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전력회사 EnBW의 지역난방공장에 천연가스 공급관이 설치돼있다.  /AFP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전력회사 EnBW의 지역난방공장에 천연가스 공급관이 설치돼있다. /AFP
EU 고위 관료들은 급변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상황이 올 겨울 가스 공급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양 측이 충돌한 지난 7일 이후 13일만에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41.1% 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끊고 중동산 비중을 늘린 상황이어서 영향은 더 컸다.

이달 초에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사이 발트해에서 가스 파이프라인이 파손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핀란드 가스공급사인 가스그리드는 지난 8일 가스누출을 감지한 뒤 이 수송라인을 폐쇄했다. 수리에는 수개월이 걸린다고 밝혔다. 핀란드 수사당국은 중국 국적의 선박이 이 파이프라인을 파괴했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에스토니아 해군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핀란드 만에서 발트해 아래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잇는 해저 가스관과 통신 케이블이 손상된 후 해저 통신 케이블 조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에스토니아 해군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핀란드 만에서 발트해 아래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잇는 해저 가스관과 통신 케이블이 손상된 후 해저 통신 케이블 조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
다만 천연가스 가격 상한제를 둘러싼 EU 회원국들 간의 논쟁은 여전하다. 지난 2월 제도 도입 당시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부유럽 국가들은 찬성표를 던진 반면 독일, 네덜란드 등 북부 유럽 국가들은 투표 전까지 반대 의견을 냈다. 가격 상한이 적용될 경우 가스 공급국 및 거래업체가 영국·일본 등 비(非)유럽 시장에서 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천연가스 가격이 더 오르고 공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천연가스 소비국인 남유럽 국가와 달리 독일은 천연가스 관련 운송업 시장이 크고 네덜란드는 천연가스 거래 허브라는 사실이 반영된 입장 차이라는 평가다. EU는 다음 달 가격상한제와 공동구매 규정 등 에너지 관련 긴급조치의 연장 여부를 회원국들과 논의할 계획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