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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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국가들의 국채 가격이 급락(국채 금리 급등·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분쟁이 인접 중동 국가들에 대규모 난민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현지시간) 요르단의 2030년 만기 달러화 국채 금리는 연 9.3%로 상승했다. 하마스의 기습 침공이 있기 전날인 지난 6일 연 8.5%에 비해 1%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이 같은 금리 수준은 작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국 자산운용사 Abrdn의 신흥국 국채 책임자 에드윈 구티에레즈는 "요르단 기준으로는 매우 큰 변동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채권 시장은 요르단을 비롯해 이집트 등 인근 중동 국가들이 난민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고 채권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르단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관광업에 의존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반복된 중동 분쟁은 요르단의 지나친 관광업 의존도에 취약점을 드러냈지만, 이번처럼 요르단의 달러화 채권마저 뒤흔든 적은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신흥국 전반의 채권 지수와 미국 국채의 스프레드(금리 격차)가 축소된 반면, 동기간 요르단과 이집트의 달러화 채권과 미국 국채의 스프레드는 확대됐다"며 "지난 13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주민 110만명에게 '가자시티를 떠나라'며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높인 이후 스프레드는 더욱 벌어졌다"고 전했다. 이집트의 2031년 만기 달러 국채 가격은 지난 6일 53센트에서 이날 51센트로 떨어졌다.

이 같은 차입 비용 급등세는 향후 국채 재융자 협상에 나서야 하는 이집트에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을 더하고 있다. 이집트는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차관을 받았다. 2016년 이후 네 번째다. IMF는 올해 이집트에 긴급 투입돼야 하는 차관 규모가 이집트 GDP의 3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이-팔 분쟁으로 레바논의 부채 구조조정 협상력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하마스 연대 가능성이 커지면서 레바논 국채 투매 규모가 불어났기 때문이다. 레바논은 2020년에도 채무 불이행을 한 바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