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AI 사피엔스'…"'더 글로리' 속 문동은 집념, 냉동김밥 품절 원동력"
"네이버·카카오 같은 우리 플랫폼 없다면 AI도 없다"
2019년 자본금 3천만원 규모로 창립한 경북 구미의 한 중소기업이 작년에 냉동 김밥 250t을 북미로 수출했다.

미국 슈퍼마켓 '트레이더 조'에서 냉동 김밥을 30줄씩 사는 소비자가 등장하고 이내 동났다.

미래산업 전문가이며 공학자인 최재붕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부총장은 신간 'AI 사피언스'(썸앤파커스)에서 미국의 냉동 김밥 품절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팬덤'과 '메타 세상'을 꼽는다.

김밥은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이며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와 함께 등장해 외국 시청자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우영우는 아버지가 만들어준 김밥을 접시 위에서 가로세로 줄을 맞춘 뒤 먹는다.

"네이버·카카오 같은 우리 플랫폼 없다면 AI도 없다"
김밥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도 나온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자퇴한 주인공 문동은은 김밥 체인점에서 김밥을 말면서 복수를 생각한다.

주경야독 강행군하다 쓰러지던 순간 그가 손에 들고 있던 것도 포장된 김밥으로 보인다.

책은 드라마 속 김밥이 "집념의 메타포"였고 외국인들이 그 신기한 음식에 관심을 보이면서 "냉동 김밥 품절 대란의 원동력"이 됐다고 해석한다.

물론 드라마에 등장했다고 김밥이 바로 히트한 것은 아니다.

유튜브 검색창에 영어 '김밥'(kimbap)을 입력하면 1위 콘텐츠의 조회수가 4천만회에 육박하는 등 먹방 유튜버들이 매개체 역할을 했고 여기에 냉동 김밥 업체 사장의 도전과 혁신 의지가 맞물리면서 성공 신화를 이뤘다는 것이다.

"네이버·카카오 같은 우리 플랫폼 없다면 AI도 없다"
책은 메타 세상의 진화나 인공지능(AI)의 발달이 개인의 일상은 물론 산업 구조를 빠르게 변화시킬 것으로 관측한다.

특히 소비자의 경험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팬덤과 산업(인더스트리)이 결합하는 이른바 '팬더스트리'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축이 될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하이브가 만든 팬덤 플랫폼 위버스 앱은 작년 7월 기준 245개국에서 앱 다운로드 횟수 1억1천300만회를 기록했다.

이용자의 90%가 외국인으로 집계돼 국경 없는 메타 세상의 전형을 보여줬다.

AI의 진화로 콘텐츠 생산의 공식도 달라지고 있다.

예를 들면 만화가 이현세는 그간 그린 4천편의 작품을 생성형 AI로 학습시키고 있다고 한다.

책은 "다음 작품부터는 스토리라인만 고민하면 이현세 작가가 그렸던 화풍에 따라 아주 빠르게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고 기술 발전이 몰고 올 변화의 가능성을 예고했다.

과거에 10명이 하던 일을 앞으로는 5명이면 충분히 할 수 있고 실패의 비용을 두려워하지 않고 더욱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카카오 같은 우리 플랫폼 없다면 AI도 없다"
거대 기술 기업이 눈독을 들이는 생성형 AI는 데이터 학습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고유의 플랫폼, 즉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책은 역설한다.

특히 한국은 기업,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 등 생성형 AI 분야에 필요한 생태계를 충분히 갖춘 3개 국가로 분류되기도 한다.

책은 일본이나 유럽의 경우 국민들의 디지털 활용이 활발하지 않고 고유의 플랫폼도 없어서 AI를 대규모로 학습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한국의 비교 우위에 주목하고서 플랫폼 산업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라고 촉구한다.

"최근 데이터 주권에 이어 'AI 주권'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그러고 보면 우리가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우리나라 고유의 국민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고유의 플랫폼이 없다면 AI가 없고, AI가 없다면 미래도 암울합니다.

"
480쪽.
"네이버·카카오 같은 우리 플랫폼 없다면 AI도 없다"
/연합뉴스